고 이남종씨 장례행렬 "80년대 민주화 열사 분신 떠올라"

고 이남종씨 장례행렬 "80년대 민주화 열사 분신 떠올라"

황보람 기자, 하세린
2014.01.04 15:26
4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고(故) 이남종 민주열사 영결식'에서 고 이남종씨의 동생 상영씨가 유족인사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31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을 요구하며 서울역 앞 고가에서 분신했다. 2014.1.4/사진=뉴스1
4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고(故) 이남종 민주열사 영결식'에서 고 이남종씨의 동생 상영씨가 유족인사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31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을 요구하며 서울역 앞 고가에서 분신했다. 2014.1.4/사진=뉴스1

'박근혜 사퇴'를 외치며 지난달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자살한 고 이남종씨(40)의 장례행렬이 4일 오전 9시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후였다.

이날 운구행렬은 '박근혜 사퇴하라. 특검 실시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서울역 광장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영결식은 추모객 1500여명(경찰추산 400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64),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63),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장씨는 "대한민국에서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느냐"며 "몸으로 저항하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게 처절하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대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분신자살을 계속 했던 것이 벌써 30년 전의 일"이라며 "그때 생각이 나고 마음이 착잡해서 (나왔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장례행렬을 묵묵히 따랐던 동생 상영씨는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다 끝내 오열했다. 그는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고인의 유서를 인용해 말문을 열었다.

상영씨는 "형님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남아서 해야 할 몫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정의로운 사회와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파수꾼이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영결식을 지켜보던 회사원 안모씨(45)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80년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시는 길 덜 외롭게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씨(28)는 "국정원 문제가 해결도 소통도 안 되고 있다"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이 어떤 모습으로 가시는지 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모씨(22)는 "사람이 이렇게 가는데도 정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결식은 기독교 신자였던 고인의 뜻을 기려 기독교 의식으로 치러졌다. 국정원 선거개입 기독교 대칙위 공동대표인 방인성 목사의 인도를 시작으로 개신교 평신도 시국대책위 위원장 김동한 장로의 기도, 문대골 원로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35분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하루 뒤 그는 끝내 숨을 거뒀다.

그는 유서에서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중략)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라고 분신의 이유를 적었다.

한편 이날 장례행렬은 광주에서 노제를 지낸 후 고인의 모교였던 조선대를 거쳐 망월동 민주 묘역으로 향할 예정이다. 고인의 하관식은 같은 날 오후 5시쯤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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