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女은행장과 유일 女보험사 사장의 '커피 한 잔'

첫 女은행장과 유일 女보험사 사장의 '커피 한 잔'

사회=지영한 기자, 정리=권화순, 변휘
2014.01.29 05:30

'유리천장 깬' 권선주 행장과 손병옥 사장의 만남(1) "여풍은 바람 아닌 자연스런 시작"

"금융권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이 등장하니까 '여풍(女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분들,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았어요. 한 계단씩 올라선 것뿐입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여성의 사회진출이 남성보다 늦었잖아요. 1980년대 이후 30년 동안 준비해 왔으니, 이제 임원 반열에 오를 준비가 됐어요. 여풍은 '바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작입니다."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권선주 기업은행장(왼쪽)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권선주 기업은행장(왼쪽)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여사장·여검사·여교사·여의사·여기자······. 이런 낱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보다는 '여(女)'라는 접두사에 눈길을 두기 마련이다. 남성의 대칭적 의미보다는 희소성을 강조한 낱말인 탓이다. 남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엄연히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는 증거다.

비교적 여성 종사자의 비중이 높은 금융권에서도 본점·임원·CEO에 대한 여성의 진입장벽은 높다. 덕분에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누구보다도 '여'라는 수식어에 익숙했다. 그리고 한 계단씩 올라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권 행장은 국내 은행에서는 최초로 여성 행장이 됐다. 손 사장 역시 보험사에서 유일한 여성 CEO다. 두 사람이 뚫어낸 금융계의 유리천장은 두꺼웠다. 편견·출산·보육·가사부담 등만이 아니다. 성공을 좇는 남성들은 존경받았지만, 정상을 향해 내달린 두 사람은 '독하다'는 따가운 시선도 견뎌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푸르덴셜생명 본점에서 은행과 보험권에서 각각 유일한 두 여성 CEO가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힘들었던 얘기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라다"며 웃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는 추억보다 내일에 무게를 뒀다. 후배 여성 금융인들에겐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주문했다. 대담 말미에는 서로 격려하며 따뜻하게 부둥켜 안았다.

-사회 = 금융권 첫 여성 CEO(손 사장, 이하 손)와 국내 첫 여성 은행장(권 행장, 이하 권)이 공교롭게도 고교 선·후배라고 들었다.

▶손 = 같은 경기여고 출신이다. 내가 4년 선배지만 4년 동안 쉬었다. 그래서 권 행장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35년을 일했다. 그 동안 금융권에서 유일한 여성 CEO라는 말을 들으며 상당한 부담이 있었는데, 권 행장의 발탁 소식을 듣고 동지가 생긴 것 같아 너무 기뻤다. 푸르덴셜은 외국계 보험사고, 권 행장은 시중은행을 맡게 돼 어깨가 더 무거울 것이다. 사상 첫 여성 은행장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일이고,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왼쪽)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오른쪽)이 대담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권선주 기업은행장(왼쪽)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오른쪽)이 대담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권 = 고교 선배이신 손 사장께서 먼저 여성 CEO로 계셔서 든든하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상의도 드릴 수 있지 않겠나. 손 사장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오늘과 같은 만남의 기회도 보람있는 일이다. 자연스러운 패러다임의 변화로 생각한다.

▶손 = 사회·경제적 흐름의 변화로 본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바탕이 된 통제의 리더십이 유리해 자연스럽게 남성이 사회 진출이 빨랐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창의성과 협업 등 수평적 네트워크를 중요시하고 있다. 여성의 유연성과 감수성, 공감대 형성 능력 등이 리더십의 요소로 등장했다.

▶권 = 동감한다. 사회가 변했다. 과거 지능지수(IQ)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감성지수(EQ)와 소통지수(CQ, Communication Quotient)가 필요한 시대다. 여성이 EQ와 CQ가 높은 편 아닌가.

▶손 = 요즘에 권 행장을 비롯해 많은 여성 임원들이 발탁되고 있다. 금융권만의 얘기가 아니다. 여성들이 1980년대에 사회진출을 시작해 30여년 동안 준비해 왔으니, 이제 임원 반열에 오를 준비가 됐다. 그래서 여풍은 '바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금융권은 중공업이나 건설업보다는 여성의 기회가 좀 더 넓다

▶권 = 기업은행에서도 이번에 새로운 여성 부행장이 나왔고, 나를 비롯해 은행권에서 많은 여성 임원들이 배출되고 있다. 여풍이라는 말들이 나오지만 그 분들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자기의 자리에서 열심이 일해 왔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왔다. 이번에 한 단계씩 올라선 것뿐이다. 바람을 타고 혜택을 받거나 한 게 아니다.

이어서☞"토요일 일하고 일요일 아이 낳아…" 첫 女은행장의 고백

"여풍, 남성들도 좋아하더라… 부인에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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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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