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권 행장과 손 사장의 만남(3) "올해 양극화 심화", "경제 낙관적이지 않아"
"토요일 일하고 일요일 아이 낳아…" 첫 女은행장의 고백에 이어서☞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푸르덴셜생명 본점에서 은행과 보험권에서 각각 유일한 두 여성 CEO가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주인공은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두 사람은 "힘들었던 얘기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라다"며 웃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는 추억보다 내일에 무게를 뒀다. 후배 여성 금융인들에겐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주문했다. 대담 말미에는 서로 격려하며 따뜻하게 부둥켜안았다.
-최근의 여풍 흐름이 여성 대통령 취임 등으로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다.
▶손 =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30년 전부터 서서히 여성들이 진출해 왔다. 그래서 갑자기 꺼질 일은 없다. 여성이라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 남녀의 균형을 맞춰 성장해야 국가도 발전한다. 한국의 성 격차지수가 전세계 108위라고 한다. 여성 대통령이 배출된 나라에서 이해할 수 없다. 지수 산출의 기준을 살펴보니 여성의 사회진출이 중요한 기준이더라. 의사와 변호사, 교수, 고시 등에서는 여성들의 약진이 있는데 여전히 기업에서는 여성의 승진이 더디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그렇게 노력하면 여풍이 꺼질 일은 없으리라 본다.
▶권 = 여풍을 남성들도 좋아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굉장히 많은데 남성들도 '우리 집사람이 더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회 = 오늘 두 분의 만남은 어찌 보면 한국 금융사에선 역사적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성의 지나친 부각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권 = 여성이 남성과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더 차별화되고, 그런 것들이 인정받고 좋은 가치로 인정받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남성화될 필요는 없다. 결국 여성이다 남성이다 구분짓는 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손 = 미국 '블랙엔터테인먼트텔레비전'의 CEO가 이렇게 말했다. 남성처럼 굴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여성처럼 굴 필요도 없다. 당신만의 리더십을 만드는 게 좋다. 이 한 마디로 설명이 될 거라 믿는다.

-사회 = CEO로서 올해 경영계획은 어떠한가.
독자들의 PICK!
▶권 = 우선 중소기업은행의 최대 미션인 중소기업 금융에 핵심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아울러 창조금융과 관련된 세부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데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또 중소기업에 자금을 많이 지원하기 위해선 개인고객을 평생고객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객들이 기업은행을 떠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도록 평생고객화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다. 이런 과제들이 모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함께 좋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네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한다. 이런 균형을 잘 맞추기 위해 올해 모토를 '내실있게 성장하는 강한 은행'으로 정했다. 모토에 맞춰 모든 일을 진행할 것이다.
▶손 = 푸르덴셜은 올해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25주년을 맞는다. 지난 25년 동안에는 업계에서 존경받는 작지만 강한 회사 이미지를 구축했다. 가장 큰 매출, 가장 높은 수익률은 목표가 아니다. 앞으로의 비전은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회사'다. 전 직원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쓴다. 이를 위해 올해 모토를 신뢰와 품질로 잡았다
▶권 =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이와 비슷한 좋은 말씀을 하셨다. 고객가치를 높이는 것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실천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들었다. 이 행장이 언급한 고객가치 제고가 기업은행의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우리는 그걸 내실로 표현을 바꾼 것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수치나 양적인 지표는 의미가 없다. 내실을 다져 고객가치를 높이면 평생고객화를 통해 은행의 각종 지표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다.
▶손 = 보험업에 고객가치 제고는 더 중요하다. 보험은 고객과 인연을 맺으면 기본적으로 30~40년은 간다. 고객신뢰가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고객과의 신뢰와 품질을 모토로 잡은 것이다.

-사회 = 국내 경제가 작년보다는 올해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금융산업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
▶권 = 많은 연구기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만 보면 확실히 좋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선진국에서 아무래도 좋은 지표들이 나오고 있어서 수출기업 위주로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놓고 보면 수익성 저하는 계속될 것이다. 양극화 역시 문제다.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은행에서는 그런 것을 항상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야겠다 생각한다. 어차피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면 은행은 순이자마진이 회복되기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여러 가지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분야만으로는 이런 흐름을 이겨내기 어렵다. 모든 사업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노력해서 조금씩 이런 물줄기를 되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금융산업 전체적으로는 아주 훈풍이 분다고 얘기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작년보다는 수출기업 등에서 여러 가지 좋아질 것이라 기대는 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은행이 할 수 있는 분야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꾸준히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 = 나 역시 낙관적으로 보고 있진 않다. 원화가 강세가 되면 수출기업마저도 어려울 것이다. 경기 금리에 가장 취약한 곳이 보험사다. 가계부채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비가 줄게 되면 여유자금이 없어 미래를 위한 준비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한국은 전세계에서 초고속으로 고령화 사회에 돌입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고객들에게 은퇴시장에 대한 대비, 보험의 필요성 등을 더 강조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미래를 준비하게끔 고객을 설득해 비즈니스를 이끌어가야 한다.
-사회 =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손 = 누군가 '아직 남은 꿈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나는 푸르덴셜생명이 더 훌륭한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독자 여러분들을 포함한 고객들이 더 사랑할 수 있는 푸르덴셜생명을 만들겠다. 또 라이프 플래너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겐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을 선물하겠다. 임기 내에 이루지 못한다면 그 터전을 닦겠다.
▶권 = 요즘에는 어디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반드시 이렇게 자기소개를 한다. '대한민국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기업은행장 권선주'라고. 잘 하죠? 기업은행 광고 모델인 방송인 송해씨가 내 취임식 때 광고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더라. (웃음)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독자 여러분 모두 거래할 수 있는 기업은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