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권 행장과 손 사장의 만남(2) 손 사장 "남편 먼저 보내고, 왜 일하나…"
첫 女은행장과 유일 女보험사 사장의 '커피 한 잔'에 이어서☞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푸르덴셜생명 본점에서 은행과 보험권에서 각각 유일한 두 여성 CEO가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주인공은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두 사람은 "힘들었던 얘기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라다"며 웃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는 추억보다 내일에 무게를 뒀다. 후배 여성 금융인들에겐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주문했다. 대담 말미에는 서로 겪려하며 따뜻하게 부등켜 안았다.
-사회 =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35년의 직장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아본다면

▶손 = 늘 힘들다. 힘들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남편이 먼저 돌아가셨을 때다. 암으로 5년 반 동안 투병했는데, 투병할 때만 해도 함께 '나을 수 있다'는 공동의 희망을 갖고 있어서 힘들지만 보람되게 보냈다. 그러나 돌아가신 후 2~3년 동안은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에 매달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오히려 일에 매달리게 하기도 했다.
▶권 = 손 사장님의 소식을 듣고 '힘든 시간을 잘 살아내셨다'는 마음에 존경심을 가졌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행복하다. 그러나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은 분명 쉽지만은 않았다.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토요일까지 근무한 후 일요일에 아이를 낳았다. 월요일에 남편이 내 출근도장을 가지고 휴가를 신청하러 갔을 때, 그때서야 지점 동료들이 전부 놀랐다더라. 그만큼 책임감은 있었던 것 같다.
-사회자 = 그럼 여성이라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
▶손 = 2007년 11월 여성 금융인들이 어떻게 하면 서로를 도우며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위해 'WIN'(Women in innovation)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현재 여성 임원들만 성공을 누리기보다는 과장·차장·부장 후배들의 성장이 우리보다는 쉽기를 바라며 코칭 및 멘토링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회원이 120명이고, 당시 멘티들이 이제 임원이 된 사람들도 많다.

▶권 = 나도 여성 은행원들을 위해 '여성금융인 네트워크'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주년 행사를 하면서 우리의 소망을 '10년 내 여성 행장 배출'로 정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내가 그 소원을 이뤘다. 또 최근 은행권 인사에서 많은 회원들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관계를 넓히고 정보를 교환하며 경쟁력을 높인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사회 = '일과 가정의 양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테마였다. 그만큼 여성들이 직업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가장 힘든 과제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비롯해 여성을 위한 직장 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과거에는 더 힘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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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 '일이냐 가정이냐'는 '네버엔딩 스토리'다. 모든 여성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과제다. 다만 저는 아이들이 '엄마는 바쁘지만 우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려 애썼다. 그리고 정말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어머니와 언니, 동생 등에 친정에 미리 미리 투자를 해 놓았다. 이거 정말 중요한 거다. (웃음)
▶권 = 100% 공감한다. (웃음) 나도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꾸준히 노력했다. 예를 들어 밤 10시가 넘어 귀가해도, 단 30분 또는 1시간이라도 아이가 숙제를 할 때 돕고, 함께 책을 펴고 공부했다. 짧은 시간이라도 하루의 일과에 대해 공유하고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관심을 가졌다. 내 경우에는, 아이들의 친구나 같은 반 학부모들로부터 듣는 얘기가 많았다. 선생님께 이런저런 부탁을 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과 미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쓰는 게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엄마가 반드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 너희를 보살피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늘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과의 신뢰, 정서적 유대감이 핵심이다.
▶손 = 아이들은 너무 잘 안다. 엄마가 바쁘지만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안다. 그건 시간을 많이 들이거나, 말을 많이 한다고 되지 않는다. 엄마가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느끼면, 아이들도 엄마가 바쁠 땐 흔쾌히 이해를 해 준다.
-사회 = 출산·육아·가사부담 등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 이외에 여성 후배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손 =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회사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정도 돕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회사에서 가정 일을 하고, 집에서 회사 일을 걱정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최선의 성과를 다하기 바란다. 또 내가 가장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열정이 없는 사람이다. '이거 해볼래'라고 물으면 '그게 되겠어요'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한 번 해보죠'라고 대답한다. 열정에서 자신감과 희망이 나온다. 열정은 습관이다. 자꾸 시도해보면 없던 열정도 생긴다. 또 여성 후배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절대 포기하지말라'는 것이다. 칠전팔기는 옛말이다. 100번 넘어지면 101번 일어나기 바란다.
▶권 = 마찬가지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리 어려워도 견뎌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보통 여성 후배들이 본인의 일은 웬만한 남자 후배들보다 깔끔하게 잘 한다. 반면 조직 전체를 넓게 바라보는 시야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꿈도 크게 가지고 시야를 넓히는 등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여풍이 분다지만 여전히 실생활에서 남녀 평등은 멀리 있다. 조금 더 노력하고 한발 더 먼저 생각하는 부분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