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치노동' 기준 애매.. 자의적 판단 개입 가능성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비정규직 남성 근로자의 65.7%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남성 노동자와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담겨 있지만 유명무실한 모양새다.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비정규직 여성근로자 임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비정규직의 한 달 평균 임금은 113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7.5%로 집계됐다. 남성 노동자 비정규직 비율인 37.2%보다 높은 수치다.
근로기준법 제5조에는 "남녀의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에 규정된 이념을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 대해서도 적용하기 위한 법 조항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UN(국제연합)의 여성차별철폐협약 제11조 1항에도 "동등한 보수, 대우, 노동 질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동일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국은 1984년에 이 협약을 비준했다.
이처럼 관련법들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 고용노동부 예규와 판례에서는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기준으로 하고, 해당 근로자의 학력, 경력, 근속년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큰 부분이다.
체계적인 직무평가모델도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노동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없어 남녀 차별 요소가 임금책정에 개입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고용부는 254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개발해 12일 공개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 등을 체계화한 자료다. 하지만 이제야 첫발을 내딛은 수준이다.
법과 현실이 동떨어진 또 다른 이유는 '현실적인 기대감'이다. 1989년부터 2007년까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노동관청에 신고가 들어온 1149건. 그 중 임금 차별에 관한 것은 모두 54건, 전체 신고건수의 4.8%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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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은 것은 차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번 임금조사 실태조사에 참여한 김진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어렵게 진정하고 고발하더라도 차별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예측 불가능으로 인해 문제제기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