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비축유 방출과 석유 최고가격제에 이어 차량 5부제 강화, 석탄화력발전 비중 확대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수요를 일부 억제하는 한편 에너지 구성 변화와 공급 확대 등으로 에너지 수급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24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에너지절약 대응계획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공공부문의 차량 5부제가 강화된다. 공공부문 차량 5부제는 2006년부터 의무시행되고 있었지만 그동안 기관별 자율 관리에 맡기다보니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 점검과 관리·감독 등을 통해 차량 5부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현재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될 경우에는 차량 5부제를 민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전국적으로 공공·민간에 대해 강제적인 차량 부제가 시행된 사례는 걸프전이 발발했던 1991년이 마지막이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면 시민 불편이 생기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위로 할지는 검토해 볼 것"이라며 "공영주차장 진입을 못하게 하거나 통행 제한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5부제의 근거가 되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 국회, 법원 등 헌법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김 장관은 "헌법기관에 대해서는 협조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공기관에 준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전 부문에서는 가격 급등 우려가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낮추기로 했다. 국내 LNG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카타르산의 경우 중동 사태로 인해 생산설비 일부가 파괴되면서 수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LNG 가격이 상승하면 발전단가가 상승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LNG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26.8%로 원전(30.7%), 석탄(31.4%)에 이어 3번째다. 이재명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국정목표를 세웠지만 최근 에너지 위기가 고조된 만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을 일부 미루기로 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운전 제약도 현재 80%에서 최대 100%까지 완화할 예정이다.
원전에 대해서도 현재 정비 중인 5기를 오는 5월까지 적기에 재가동해 현재 73%인 원전 이용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 노약자 무료이용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과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위한 주택용 계절·시간별 요금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독자들의 PICK!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수급 안정화 관련 이 같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출퇴근 시간에는 대중교통 집중도가 높아서 직장인들이 괴롭지 않나"라며 "출퇴근 시간에 1~2시간만 무료이용을 제한하는 방안도 한번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출퇴근 시간에 노약자 무료이용을 제한하면 그만큼 혼잡도가 줄면서 직장인들의 대통교통 이용이 늘 거란 계산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가정용 전기요금도 피크 시간에는 비싸게 하고 아닌 시간에는 싸게 해서 평균적으로 맞추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계절·시간별로 요금을 달리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는 산업용 등에 대해서만 적용 중이다. 가정용 계시별 요금제는 제주도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김 장관은 "제주도는 가정용 스마트미터링(AMI)이 충분히 보급돼 있어 계시별 요금제 적용이 가능하지만 전국으로 확대하기에는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며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별도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시행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지속 유지하는 한편 다음달 중 비축유 방출 등 수급 안정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 국제 시세가 경유는 2.5배, 휘발유는 89% 올랐다"며 "최고가격 결정할 때 국제 시세를 기준으로 하면 국민 부담이 크니 정유사 생산원가를 기본으로 하는게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13일 발표된 1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724원(이하 리터당),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2차 최고가격은 국제 시세와 가격 안정 효과, 정부 부담 등을 고려해 27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