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정조준'에 떠는 기업들…경영 제약 커진다

'중복상장 정조준'에 떠는 기업들…경영 제약 커진다

최지은 기자
2026.03.25 17:40

[MT리포트]중복상장 금지의 딜레마④숨 죽인 대응 나선 기업들…"전략적 선택지 축소, 투자·사업 확장도 영향"

[편집자주] 모회사의 알짜 사업부문을 떼서 상장하는 중복상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복상장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다. 다만 중복상장이 기업의 자금조달을 막고 투자자의 자금회수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적잖다. 중복상장 금지가 효율적으로 시장에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모색해 본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정부가 기업의 중복상장에 제동을 걸면서 기업들의 정상적인 자금 조달과 투자 전략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주가치 훼손이 아니라는 내부 판단에도 정치권의 입김에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사례도 생긴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기업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경영상 제약만 확대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자회사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던 기업들은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이른바 '쪼개기(물적분할) 상장'을 비판하면서 IPO 추진 자체에 대한 부담도 크게 커졌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기업이 LS그룹이다. LS그룹은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 1월 상장 신청을 철회했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확산된 데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당초 계획대로 추진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LS그룹은 "이번 상장은 모회사의 가치를 희석하는 쪼개기 상장이 아니라 과거 인수한 해외 자산을 한국 자본시장에 소개하고 가치를 재평가받는 '재상장'의 성격"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으나 결국 상장 계획을 접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그룹이 2008년 인수한 변압기·전기차 구동모터용 고출력 특수 권선 생산 기업이다. LS그룹은 최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미국 내 변압기용 특수 권선 주문이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상장을 추진해왔다.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LS MnM, LS엠트론 등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은 IPO를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할 경우 해당 사업을 독립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 오히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IPO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인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만큼 국내 자본시장에서 지적돼 온 회계·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IPO는 기존 주주의 추가 부담 없이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선택지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류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것"이라며 "자금 조달뿐 아니라 사업 확장이나 투자 전략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중복상장 규제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사태 이후 기업들도 자회사 상장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추진하고 있다"며 "신사업의 경우 초기에는 사업부 형태로 시작해 일정 규모에 이르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고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시키는게 일반적인데 이를 쪼개기 상장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면 기업의 투자 전략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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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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