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일제때 지은 '충정아파트', 누가 사나 봤더니

1937년 일제때 지은 '충정아파트', 누가 사나 봤더니

진경진 기자
2014.05.07 06:35

['서울 속 미래유산' 지정 아파트]<2>충정아파트

- UN숙소·관광호텔로 쓰여…최초로 중앙난방시설 설치

'자고 일어나면 세상에 바뀌어 있다'는 21세기에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오롯이 담은 곳이 있다. 박물관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잡은 '충정아파트' 이야기다.

8차선 대로변 회색도시 속 녹색페인트로 치장한 5층짜리 이 아파트는 1층 입구에 '충정아파트'라는 팻말을 찾아 읽지 않고서는 아파트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지금의 아파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준공된 것으로 기록된 '충정아파트'는 당시 일본 건축가인 도요타 다네오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 혹은 우리말로 번역해 '풍전아파트'로 불렸다. 사실 37년 준공됐다는 기록도 확실치 않다. '등기를 위한 등재'였기 때문에 이보다 더 오래됐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충정아파트' 전경. / 사진=진경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충정아파트' 전경. / 사진=진경진 기자

한국전쟁 당시에는 참전한 유엔군의 임시숙소로 쓰였다. 이후 61년 한국정부로 다시 넘어왔는데 당시 이승만정부는 전쟁 때 아들 6명을 잃은 김병조씨에게 이 건물을 포상했다. 이후 김씨는 이 건물을 '코리아관광호텔'로 운영했는데 몇 년 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정부가 다시 몰수했다.

75년 서울신탁은행이 이를 '아파트'로 용도 변경하고 리모델링한 후 일반에 분양한 뒤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충정아파트'는 당시만 해도 4층 건물이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무허가 건물을 올려 가건물인 5층에만 토지 지분이 없다.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어려웠던 이유기도 하다.

사연이 많은 만큼 '충정아파트'는 내부도 특별하다. 이 아파트는 건물 중앙이 비어 있는 중앙정원형 아파트로 한 층에 10가구씩 60가구가 중앙을 둘러싼 모양새다. 중심에는 거대한 굴뚝이 하늘로 솟아 있는데 최초 중앙난방시설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호텔구조로 설계돼 주택형이 26·49·59·66·82·99㎡(이하 전용면적) 6개로 구성됐다. 구조도 원룸부터 방 3개짜리까지 다양하다. 입주자는 대부분 전·월세 세입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59㎡ 전세가는 6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4000만원에 월 20만원 수준이다. 82㎡는 전세 1억3000만원 정도다.

'충정아파트' 입구. / 사진=진경진 기자
'충정아파트' 입구. / 사진=진경진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