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벤틀리 첫 동양인 디자이너 출신 정연우 UNIST 교수, "기업 시스템부터 전환해야"

2008년 명품 자동차 벤틀리의 첫 한인 디자이너, 좀 더 넓게 보면 동양인 1호 디자이너였다. 디자이너들의 은어로 ‘눈 찢고 아가리 벌리는’식의 개발이 주목받을 때 세로로 길게 선을 그은 듯한 램프를 부착해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램프는 가로로 들어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깬 이 디자인은 이후 벤틀리의 정체성이 됐다.
GM에선 ‘쉐보레 크루즈’의 메인 디자인, 현대차에선 ‘신형 제네시스’의 외장 디자인을 맡았다. 그러다 돌연 명함을 다시 팠다. 정연우 울산과기원(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의 얘기다. 골프장 초록 잔디 위에 책상 하나 덩그러니 놓은 듯한 ‘친환경’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무인차 공유서비스로 차 생산량 준다? “모르는 소리”
“국내외를 다녀보면서 제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희한할 정도로 먼지나 때에 매우 민감하다는 거예요. 고객이 차 인테리어나 외장 색상을 밝은 것으로 고르면 함께 온 분은 그 즉시 때 타서 어쩌려고 그러냐고 말해요. 거금 들여서 차를 사는 데,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텐데, 단지 때 때문에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죠.”
집무실에 깔린 초록 양탄자를 보고 기자가 ‘먼지가 많이 쌓이겠다’고 말하자 정 교수가 한 말이다. 디자이너다운 날 선 촉과 감각이 느껴졌다. 정 교수와의 대화는 자연스레 ‘무인자율주행차’로 흘렀다. 일각에선 무인차 기술과 공유 경제 개념이 더해지면서 기존 자동차 산업이 침체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필요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차를 빌려 쓰는 가까운 미래 사회에선 소유보다 렌탈의 개념이 커져 자동차 생산량이 대폭 줄고 업계가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정 교수의 제자들은 졸업 무렵 ‘예비 백수’ 신세를 피할 수 없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핵심을 빗겨간 예측이라고 반박했다. “차량공유서비스는 차를 소유하기 부담스러운 20대나 그때그때 잠깐 이동할 때 모빌리티가 필요한 사람에게 택시·버스보다 편리한 수단을 제공할 뿐 내가 원하는 용도의 차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대신할 순 없어요. 공유 차로 매일 출근할 수 있나요. 사람들이 차에 부여하는 가치는 제각각이죠.”
대신 정 교수는 전기차의 대중화로 기존 주유소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진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주유소가 충전소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착각입니다. 그럴 일은 없어요.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약 10만원 정도 들죠, 주유하는 시간은 평균 3분 정도 걸립니다. 3분 사이클에 1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죠. 만일 전기차로 바뀌면 완충하는데 급속 충전기로 적어도 30분, 가격은 8000~9000원 수준이예요. 그러면 현 주유소에선 마진을 남길 수 없어요. 지금 주유소가 충전소로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거죠.”
◆“융복합 인재보다 기업이 바뀌는 게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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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산업구조 변화의 파고에서 정 교수는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란 숙제를 안았다. 정 교수가 받아든 선택지에는 창의형 또는 융복합형 등의 인재상이 거창한 보기로 주어진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1인1기술’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결정을 유보했다.
“문제는 대기업일수록 그런 인재가 필요 없다는 거죠. 예컨대 인체시스템과 디자인의 두 영역에서 한 사람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가 없어요."
융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전에 그 인재들이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시스템이 먼저 전환돼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정작 사회는 융복합형 인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어요. 그렇다고 창업을 해요? 창업하면 무슨 기술을 보유하든 간에 살아남기 위해 마케팅부터 해야 합니다. 때문에 사회 시스템의 제일 밑바닥 노예가 되는 것이죠. 기업문화가 유연하게 바뀌어 융복합형 인재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무대가 제공되는 게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