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시작..한류제재 불똥, 주력산업으로 튀나

中 '사드 보복' 시작..한류제재 불똥, 주력산업으로 튀나

산업1부, 정리=임동욱 기자
2016.08.05 16:17

중국 저강도 보복 개시..통관지연 등 기업경영환경 악화 예상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상용 복수비자 발급요건 강화, 한류 콘텐츠 제재 등 '저강도 보복'을 시작하면서 우리 경제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둔 우리 기업들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제조업 등 주력산업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정부분 악영향 불가피"

한 대기업의 중국 주재원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중국 국영방송사 CCTV의 뉴스가 온통 사드 배치 관련 내용"이라며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보낸 제품의 통관이 좀 지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본사가 중국 중앙정부와 협상 중인 투자건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티엔진(天津)에서 전자부품 공장을 가동 중인 한국 기업의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많다"며 "현재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는 없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기업의 경우 통관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보였다.

베이징 소재 국내 금융기관의 대표는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 많다"며 "행정처리 지연 등으로 현지 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그룹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국 경제계 고위급 인사들과의 교류가 당분간 어렵게 됐다"며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액은 1371억2400만달러로, 전체 수출규모의 26%에 달했다.

◇항공업계, 수요위축 가능성

항공업계는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수요 위축이 현실화할 지 긴장하는 표정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상용(복수)비자 발급 강화 조치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제선 총 여객수요 가운데 중국노선은 전체의 4분의 1(24.4%)로 가장 많다.

대한항공 관계자 "중국 정부의 이번 비자 발급 강화로 일부 비즈니스 승객의 불편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항공 수요에 어떠한 영향이 끼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사드 도입 결정 이후 탑승객 통계 등에는 변동사항이 없다"면서도 "여행·방문 목적 수요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추가 조치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최근 중국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저비용항공사(LCC)에도 영향이 클 전망이다. 그러나 제주항공 관계자는 "성수기 시즌인 만큼 사드 이슈와 관련해 탑승객 수 변동은 나타나지 않고 않다"며 "아직 영향이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동차, 생산차질 등 우려

자동차 업계도 아직 가시화된 애로 사항은 없지만 혹시나 정치외교적 이슈가 일반 소비심리에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국가인 중국은 한국 완성차 업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 현지법인을 운영 중인 현대·기아차는 "정책 흐름과 소비자 반응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가뜩이나 위축된 중국 판매가 이번 사드 후폭풍 영향을 받을지 고심하며 내부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현재 현대차가 창저우와 충칭에 각각 중국 4·5 공장을 건설 중인 가운데 자칫 중국 정부의 인허가 업무가 까다로워질 경우 생산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타이어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도 B2B(기업대 기업간 거래) 업종 특성상 현지 사업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혹시나 불이익이 없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 사업을 추진하는데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 건 없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보조금 배제 등 불이익 가능성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석유화학기업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납품을 하루아침에 끊을 수는 없지만, 배터리 등 추가 사업 진행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지난 6월 중국 정부의 4차 배터리 인증심사에서 탈락했지만, 탈락 이유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은 조만간 진행될 5차 인증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한중 외교 리스크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각각 남경과 시안에 배터리 제품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한 배터리팩 생산공장을 2014년 1월 베이징에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이전과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배터리 사업 등에 외교 문제가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전자업계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종합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쑤저우와 광저우에 각각 디스플레이 공장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반도체 공장이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최첨단 부품을 중국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 문제가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그러나 상황 악화 시 세트 사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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