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X파일]벽산건설, 850억에 '모태격' 자산 매각

"건설업계 위기만 아니었어도..."
서울 명동의 대표적 문화 상징물로 중구 저동1가에 위치한 40년 전통의 중앙시네마(옛 중앙극장)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달 31일 마지막 상영을 하고 다음달 폐관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건설사가 회한에 잠겼다. 바로 벽산건설이다. 중앙시네마를 보유하고 있던 벽산건설은 지난해 송담건설과 850억원에 극장 매각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 말 50%의 잔금이 회수, 폐관을 결정했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 위기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경영정상화를 돕기위해 피치 못하게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극장을 매입한 송담건설은 서울도심재개발 명동4구역내에 위치한 중앙시네마를 철거한 뒤 이 자리에 오피스빌딩 등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벽산건설은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짓고 거액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지만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연은 이렇다. 벽산그룹의 효시는 영화배급업과 극장업을 겸하던 무역업체 동양흥산이다.
창업주인 고(故) 김인득 명예회장은 한때 중앙극장과 단성사를 비롯해 전국에 100여 개에 달하는 극장 체인을 이뤄 '극장 재벌'로도 불렸다. 이를 기반으로 벽산건설의 전신인 한국스레트공업이 창립된 것.
이후 건설업으로 주력업종이 변경되고 IMF 외환위기 속에 워크아웃의 부침을 겪으면서 벽산이 유일하게 보유한 극장이어서 창업주의 애정도 남달랐다. 그러나 결국 거센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매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많은 영화 애호가들도 "그동안 추억이 많이 담긴 극장이 문을 닫게 돼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명동을 위주로 개발 사업을 벌이려던 회사의 청사진도 급박한 유동성위기 앞에선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벽산건설은 앞서 지난해 초 본사를 인천으로 옮기면서 보유 중이던 서울 여의도동 정우빌딩 3개층을 102억원에 한세개발에 넘겼다. 이는 올 초 벽산건설 장성각 사장이 밝힌 "캐시플로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나가겠다"는 경영 방침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후 건설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현금 흐름이 원활치 않자 워크아웃 건설사들뿐 아니라 여타 중견사들도 어쩔수없이 회사 역사가 담기거나 주요사업으로 불렸던 '알짜배기 자산'을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돲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