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9일 서울시내 부동산에 매물정보가 붙어있다. 이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가 163.7로 4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인데 지난해 7월부터 6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전월 대비 3.9포인트(p) 상승한 163.7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9월(167.7) 이후 최고치다.2026.01.29.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2/2026021913340051088_1.jpg)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오는 6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최근 중개업소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의사를 밝혔다. 통상 만기 3개월 전 갱신 여부를 통보하지만 무주택자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방식)가 가능해지면서 자칫 갱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통보 시점을 앞당겼다. A씨는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많이 오른 만큼 전세 계약 연장이 안 되면 서울 외곽으로 이사하거나 집 크기를 줄여야 할 상황"이라며 "전세 매물이 부족한 데다 이후 (전세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몰라 미리 갱신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임대사업자를 향한 정부의 매물 출회 압박이 전세 불안이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등을 추진하면서 전세 매물 감소가 한층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264건으로 1년 전(2만9298건)과 비교해 34.3%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가 120건으로 1년 전(1341건)보다 91.1% 급감했고 관악구(161건, -78.9%), 동대문구(413건, -72.8%), 중랑구(97건, -71.5%) 등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있었던 서초구(3517건, 9.4%), 송파구(3605건, 59%) 등 2개 자치구만이 1년 전보다 전세 매물이 늘었다.
이는 연이은 고강도 규제 속에 서울 아파트 시장이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된 데 이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 주택 매수 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갭투자는 이미 차단된 상태다. 이처럼 갭투자가 막힌 이후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압박 강도를 시시각각 높여가는 것도 전세 매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부는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할 예정이다. 또 주거용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 심사 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의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전세 낀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경우 전세 물건은 한층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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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감소와 비용 부담으로 아파트를 떠나 빌라나 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이동하는 임대 수요도 흔들리는 건 마찬가지다.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주택의 절대 다수가 아파트가 아닌 빌라, 다세대 등 비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서울의 전체 임대 주택(매입 임대 기준)은 28만4183가구로 이중 16.1%(4만5822가구)만이 아파트다. 나머지 약 84%가 다세대, 다가구 등 비아파트인 셈이다.
이에 정부의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임대차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관악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대출 연장이 막히면 상환을 위해 급매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이 수요가 적은 비아파트"라며 "(수요가 적은 비아파트는) 상환이 지연되면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세입자의 거주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물 감소와 함께 전월세 가격은 동반 상승 중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은 6억6948만원으로 2년 전(5억8959만원)보다 약 8000만원 올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8.51%로 관련 집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세를 놓고 있는 임대사업자 B씨는 "오피스텔은 일부 대출을 끼고 있어 대출 연장이 안 된다면 만기 부담이 클 것"이라며 "이럴 경우 임대료 인상이나 반전세 전환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