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간 디자이너, 모바일에 빠지다

밀라노간 디자이너, 모바일에 빠지다

이학렬 기자
2012.05.29 05:00

[대한민국앱스타]'톡송' 개발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 제품 디자이너 대신 모바일앱 개발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006년 여름, 경성현 앱포스터 대표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길에 올랐다. 제품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대학원 '도무스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세계적인 가구전시회 '밀라노페어'에도 참여했다. 특히 2009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네덜란드 왕실의 지원을 받는 영 디자이너 모임의 회원 자격으로 참여해 현지 언론은 물론 세계적인 디자인 사이트에서 조명을 받았다.

제품 디자이너로서 성공이 보장됐으나 경 대표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빼앗긴 상태였다. 바로 모바일이다. 경 대표는 "노키아폰으로 PC에서 하는 것처럼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것이 신기했다"며 "때마침 지인의 요청도 있어 IT쪽으로 돌아서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6월 귀국한 경 대표는 처음에는 유럽에서 본 '오비(ovi) 스토어'와 같은 앱스토어를 만들려고 했다. 앱포스터라는 회사명도 벽에 있는 메모를 뜯어서 보듯이 앱을 뜯어 쓴다는 의미다. 하지만 개발자들을 찾아갔더니 "직접 대기업에 사전탑재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경 대표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는데 돈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국내 개발자들을 끌어오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경 대표는 해외에서 잘 만들어진 앱을 국내에 론칭하는 에이전시 사업을 시작했다. 경 대표는 로비오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앵그리버드'의 한국 판권을 얻어냈고 호주의 하프브릭에 직접 연락해 '후르츠닌자'도 확보했다. 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앱스토어를 만드는 것도 좌초되고 해외 앱을 들여오는 것에도 실패한 경 대표는 직접 앱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바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4월의 으뜸앱을 수상한 첫 작품 '톡송'은 노래를 좋아하는 아내가 "차에서도 노래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노래방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경 대표는 자신이 부른 노래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노래방 음원을 얻기 위해 금영을 찾아갔고 밤을 새운 날은 2~3개월에 달했다. 경 대표는 "아직까지는 완성도가 부족한 베타 서비스지만 6월이나 7월 아이폰 버전도 나오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대표는 앞으로도 SNS와 콘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자신이 직접 그린 만화를 공유하거나 자신의 옷 스타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경 대표는 "SNS는 통로일 뿐 구경할 콘텐츠가 없으면 안된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유학 다녀온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경 대표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서비스 디자인의 하나"라며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나 앱을 만드는 것이나 결과물이 다를 뿐 과정은 같다"고 말했다.

앱포스터의 7명 중 4명은 경 대표가 나온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출신이다. 특히 경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익숙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능력도 상당하다. 경 대표는 "적어도 디자이너가 코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하고 개발자도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디자인과 개발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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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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