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노하우 바탕으로 급성장···연간 수주액 수십억불 규모

종합상사들이 '글로벌 오거나이저(Organizer)'로 변신하고 있다. 한발 나아가 디벨로퍼로(Developer)의 진화도 꾀하고 있다. 전통적 사업영역이던 트레이딩 부문 이익률이 1%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오거나이징 사업은 발전소나 플랜트, 인프라 등과 관련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발굴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융조달 및 설계·조달·건설(EPC) 회사 선정에 이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
예를 들어 남미의 어느 국가가 화력발전소를 지으려고 할 때 그 나라에 먼저 진출한 종합상사가 관련정보를 입수한 뒤 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건설사 등을 물색해 해당 프로젝트에 연결시켜주는 식이다. 때에 따라서는 지분 투자를 통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무역업의 특성상 외국기업과의 거래과정에서 얻게 되는 종합상사의 정보력과 마케팅 및 금융 조달 능력 등이 발전 및 플랜트 진출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트레이딩 노하우 적극 활용···신 시장 개척에 박차
국내 종합상사 가운데 오거나이징 사업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지난해 착공한 카자흐스탄 발하쉬 복합화력 발전과 캐나다 온타리오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한국전력과 손잡고 추진 중인 발하쉬 발전 프로젝트는 카자흐스탄 가용 발전 용량의 총 9%를 차지하는 132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 카자흐스탄 최초 민자발전 사업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금융·건설·송배전 기술 등을 하나로 결합했다. 총 사업비는 4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3월말에 1단계 착공에 들어간 캐나다 온타리오 프로젝트도 삼성물산이 구성하고 조직한 것.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트레이딩 경험을 바탕으로 온타리오 주정부에 제안한 풍력 및 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프로젝트로 총 발전규모가 2500MW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LG상사는 신흥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만·예맨 등 중동지역에서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등 국내 기업의 전례가 없던 미개척 국가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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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말 투르크메니스탄 사상 최대인 14억8000만달러 규모의 가스처리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5억3000만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카스피해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지인 투르크멘바쉬는 석화단지 외에도 항구와 관광특구 개발 등 각종 국책사업이 예정돼 있어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김홍재 한국전력 해외사업개발처 부장은 "개발사업의 경우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는 입찰사업과 달리 해당 국가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계획을 직접 만들어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상사의 정보력과 네트워크가 절대적"이라며 "실제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상사의 노하우가 큰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오거나이저에서 디벨로퍼로 진화 중
국내 종합상사들의 오거나이징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기는 했지만 일본 상사에 비해서는 규모나 실적이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일본 상사의 경우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분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익을 높인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도 컨소시엄 구성시 국내보다는 일본 상사와의 파트너십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오거나이저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지분 투자 및 시설의 운영 관리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디벨로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민자발전사업(IPP)이 대표적인 예. 해외 현지에서 직접 발전시설을 운영 관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대우인터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파푸아뉴기니에 민자발전소를 건설·운영 중이며, 지난해 11월 케냐와 킬리피 지역의 600MW 석탄화력 민간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민자발전사업 추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2011년 11억달러였던 대우인터의 오거나이징 사업 총 수주액은 지난해 26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4월까지 수주액이 벌써 9억4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오거나이징 사업을 통해 신 시장을 개척하면 최근 종합상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자원개발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익률이 트레이딩의 수배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종합상사의 오거나이징 사업 강화는 점차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