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거난, 대학생들이 직접 해결한다"

"대학가 주거난, 대학생들이 직접 해결한다"

송학주 기자
2014.10.30 05:45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남가좌동 건물 임대해 12명에게 싼 가격으로 '보금자리' 마련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 2호 입주설명회' 포스터.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 2호 입주설명회' 포스터.

"우리 주변에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은 월세 50만~60만원씩 내고 원룸에 살거나 반지하·옥탑방에 사는 게 별로 특별하지 않아요.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내는 월세만도 약 10조원이나 된다니 그중 일부분만 모아도 충분히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권지웅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이사장)

수천만원의 등록금에 최근 '전세난'으로 치솟는 주거비 부담까지 겹친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뭉쳤다. 같은 처지에 있는 청년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고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으로 이름 붙여진 이 단체는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카페에서 두번째 '달팽이집 입주설명회'를 개최했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모아 남가좌동의 신축 다세대주택(4층)을 임대, 조합원을 비롯한 청년 12명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61㎡(이하 전용면적) 크기의 주택 2채와 45~53㎡ 복층형 주택 2채 등 총 4채가 공급 대상이다. 61㎡ 주택은 4명이 함께 거주하며 1인당 보증금 60만원에 월세 23만원이다. 전세로도 계약이 가능하며 서울시에서 발표한 올 2분기 다세대주택 전월세 전환율인 6%가 적용돼 전세금은 4600만원이다.

두 명이 거주하는 복층형 주택은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40만~45만원이다. 발코니와 다락이 추가로 제공돼 실제 사용면적은 더 넓다. 마찬가지로 전세로 계약이 가능하다. 주변 시세의 60% 정도로 계약 기간은 6개월부터이며 세입자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안 주거공간을 향한 청년들의 '도전'…"주변 시세 낮추게 될 것"

민달팽이 협동조합은 2010년부터 청년 주거문제에 주력해왔던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작품이다. 집없는 청년들이 출자금을 모아 올 3월 공식출범했다. 지난 7월엔 남가좌동에 위치한 두 채의 주택을 5명의 청년에게 처음으로 공급했다. 이달 현재 조합원수는 127명이다.

출자금은 3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일정액 이상 출자금을 납부한 조합원이 우선 공급대상이 된다. 조합원들끼리 모여 주택을 짓거나 수요가 충분한 원룸 건물을 통째로 빌린 후 장기 계약을 해서 임대료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민달팽이 유니온 임경지 세입자 네트워크 팀장은 "취업 등을 생각하면 서울에서 살아야 하지만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협동조합 사업이 확장되고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주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시세마저 낮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주인이 져야 하는 공실리스크, 관리비, 중개수수료 등의 부담을 조합이 책임지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할 수 있다는 게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설명이다.

임 팀장은 "개별 세입자가 아니라 조합 차원에서 계약하기에 집주인은 공실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세입자를 구할 수 있어 이익"이라며 "세입자로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세가 올라서 쫓겨날 위험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협동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주거문제는 단순히 높은 주거비 부담이나 열악한 주거의 질 차원이 아니라 결혼·출산 등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며 "서울시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전세임대주택이나 매입임대주택 등의 제도를 시행중인데 이중 일부를 주택협동조합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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