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이 44년 만에 사명 변경에 나선다. 올해 하반기 새로운 사명과 리브랜딩 방향을 공식화한 뒤 내부 공모와 CI 개편 등을 거쳐 내년부터 새 이름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최근 안전·품질 논란 이후 조직 쇄신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플랜트 업황 둔화와 신사업 확대 흐름이 맞물리며 기존 '엔지니어링' 중심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7월 새로운 가치체계를 수립·선포하는 과정에서 사명 변경 방향과 리브랜딩 구상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사명 변경은 내부 공모와 CI 개편 등을 거쳐 내년 1분기쯤 이뤄지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이후 44년간 유지해온 사명을 바꾸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 내부는 물론 업계 전반에서도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사명 변경은 단순한 이미지 쇄신 차원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의미가 담길 예정이다. 전통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해외 사업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존 '엔지니어링' 중심 정체성만으로는 미래 성장 방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착공식을 가진 미국 텍사스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서 프로젝트 발굴부터 금융 조달, 운영까지 전 과정을 주관하며 기존 EPC(설계·조달·시공) 중심 회사에서 에너지 디벨로퍼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SMR(소형모듈원전), 수소 등 미래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사명 역시 에너지 중심의 정체성을 담는 방향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삼성E&A 사례도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삼성E&A는 2024년 사명을 변경하며 기존 플랜트 중심 이미지를 넘어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사업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당시 회사는 새 사명에 미래 비즈니스 확장과 사업 체질 혁신 비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사명에서 '엔지니어링'을 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2월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이후 안전·품질 관리 강화와 함께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 수주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최근 3년 연속으로 신입사원 채용도 진행하지 않을 정도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과 비용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
직면한 경영 환경 부담도 적지 않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 사업 손실 여파로 2024년 1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수주 감소와 해외 사업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5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6.5% 줄었다. 신규 수주 공백과 보수적 수주 기조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격적인 수주 확대보다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경영 기조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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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사명 변경을 최근 사고에 따른 단기 대응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안전·품질 논란이 리브랜딩 논의를 앞당긴 계기가 됐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플랜트 업황 변화와 사업 확장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플랜트 기업들은 단순 시공이나 설계 역량만으로는 성장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며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기존 EPC 중심 회사에서 벗어나 개발·투자·에너지·인프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중장기 전략을 새 사명에 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이에 대해 "사명 변경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되거나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