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독립선언? 남 탓에 더 구겨진 '강남구스타일'

'홧김'에 독립선언? 남 탓에 더 구겨진 '강남구스타일'

이재윤 기자
2015.10.11 07:20

[취재여담]특별자치구 주장 "억울함·답답함 호소한 것" 해명…싸늘한 여론 '언론·서울시 때문'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 사진 = 임성균 기자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 사진 = 임성균 기자

#"강남구를 (사업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법인격을 모독하는 건 참기가 고통스럽습니다. 서울시는 차라리 가칭 '강남특별자치구' 설치를 중앙에 건의해 아예 강남구를 추방시킬 용의는 없으십니까?"

#"강남구가 진심으로 서울시로부터 독립을 위한 의도를 갖고 사용한 표현은 아닙니다. 억울함, 답답함을 호소하고자 '강남 특별자치구'라고 표현했습니다. 강남구를 무시한 서울시에 대한 강력한 항의일 뿐입니다"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옛 한전부지 공공기여금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지난 5일(서울시 대상 질의는 1일, 공개는 5일)과 8일 각각 발표한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추방'시켜달라던 강남구는 사흘만에 '억울하고 답답해서'였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강남구는 8일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당초 '추방'을 원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옛 한전부지 매입에 따른 현대차그룹 공공기여금의 사용처를 두고 빚어온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코엑스-한전-종합운동장 등을 잇는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추진 중이고, 강남구는 '영동대로 지하화'를 주장해 왔습니다.

강남구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에 명백한 하자가 있음에도 서울시가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해당사자로서 의견 전달을 위해 서울시에 면담을 6회나 요청하고 호소문까지 보냈지만 묵살당했으며 △지난 3월 서울시가 현대차그룹과의 사전협상 지침을 수정, 당초 참여가 보장됐던 강남구를 배제했다면서 "서울시의 불통행정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이 특별자치구 주장의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과거 구룡마을 개발 추진 과정의 이견, SETEC 부지 내 제2시민청 논란, 메르스 사태 당시 서울시장의 (강남구 소재 병원의 환자 관련) 브리핑 등을 거론하며 "강남구를 철저히 무시한 서울시에 대한 강력한 항의가 내포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연순 강남구 공보실장도 "특별자치구는 답답함을 토로하기 위한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강남구가 급히 해명에 나선 이유는 특별자치구 언급 후 '지역 이기주의' 비판이 거세진 탓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 구청장은 악화된 여론의 책임을 스스로가 아닌 외부에서 찾는 모양입니다. 구체적인 책임의 대상으로는 '언론'과 '서울시장'을 지목합니다.

강남구는 해명 자료에 "일부 언론에서 강남구가 제주·세종과 같은 특별자치구로 독립을 원하는 것과 같이 보도돼 '지역이기주의'로 몰리는 상황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또 신 구청장의 직접적인 '멘트'로 "서울시장께서는 (중략) 더 이상 강남구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고도 썼습니다.

과연 강남구의 특별자치구 주장에 주목하고, 제주·세종과 비교한 보도가 언론 윤리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일까요. 특별자치구의 유사 사례는 국내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 뿐이며, 각각 지정 목적에 따라 행정·예산 등에서 한층 높은 수준의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이 때문에 강남특별자치구는 단순 발상만으로도 '화제성'이 상당합니다. 현직 구청장의 발언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강남구의 주장처럼 '일부' 언론이 아닌 주요 일간지·경제지·방송·통신 등을 포함한 다수 매체가 특별자치구 언급을 다뤘습니다. 현실화됐을 경우를 제주·세종의 전례에 비춰 보도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머니투데이도 7일 '강남구 "서울시에서 독립하겠다"··· 부자동네의 도발'이라는 제목으로 특별자치구 주장의 배경과 국·내외 유사 사례, 전문가 논평 등을 담았습니다.

'부자 동네'로 손꼽히는 강남구가 서울시에서의 추방을 거론한 탓에 '지역 이기주의' 논란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에서 '서울 지하철이 강남에선 무정차하게 하자', '강남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시내에 나오면 시외요금을 징수하자'는 등의 비꼬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렇다면 강남구는 특별자치구 주장이 불러올 '지역 이기주의' 비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아니면 예상하고도 '억울함, 답답함'을 보다 효과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방편이었을까요. 전자라면 문제의 질의서 작성 담당자, 언론 보도와 여론의 흐름을 예측해야 할 공보 담당자들은 '자격미달'입니다. 후자라면 비판은 감내해야 할 몫이겠죠. 어느 쪽이든 최종 결정권자인 신 구청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 구청장은 스스로 내뱉은 말을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주워 담고, 후폭풍의 책임을 언론과 서울시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신 구청장이 봉사해야 할 대상인 강남구민들은 부자들에 대한 혐오, '리치포비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지자체간 이해관계에 따른 불협화음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시설을 유치하고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오히려 구청장으로서 당연한 책무입니다.

하지만 구청장은 자신이 내뱉는 말의 파장과 무게를 인식해야 합니다. 50만명 이상 구민들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아마추어적 한건주의' 발언은 지양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미 내뱉은 '실언(失言)'이 있다면 그 무게 역시 오롯이 홀로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