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외압 의혹' 문형표 전 장관 긴급체포..삼성, 차분한 분위기 속 추이 살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 체포하면서, 삼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삼성은 문 이사장이 이날 새벽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내부적으로 언론 보도 내용 등을 토대로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이날 미래전략실 차원의 긴급 관련 회의는 별도로 열리지 않았고,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정통한 소식통은 "긴급체포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별도의 대응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특검이 직권남용 외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문 이사장을 긴급체포했는지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합병 당시인 지난해 7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측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 심의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합병에 성공한 삼성은 이후 '반대급부'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순실 씨 일가에 거액의 금전적 지원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여전히 '합병과정에 의혹은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합병 비율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이사회 합병 결의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의 가중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일련의 의혹이 개입될 수 없는 합법적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이 당시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평가금액 기준으로 각각 비슷한 수준으로 보유했는데, 합병 비율이 한쪽에 불리하면 다른 한 쪽이 유리해 지는 '제로섬'구조를 감안하면 합병 비율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제3자 뇌물죄' 입증에 초점을 둔 특검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만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