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손발에 장갑낀 것 처럼 흰털이 분명하죠? 이렇게 생긴 게 명품 닥스훈트죠. 65만원 짜린데 너무 비싸면 3년 할부 해드릴게 여자친구 사주세요. 적어도 돈 다 낼때까지는 여자친구가 못 헤어진다니까."
#2 "저희가 지금 시추 30% 할인 이벤트 하고 있거든요. 직장 다니시면 큰 애(강아지)가 좋아요. 작은 아기들은 밥만 못 먹어도 아플 수 있는데 큰 애들은 잠복기 질환도 다 지나갔고 키우기 쉬워요."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를 앞두고 '선물용 강아지' 호객행위가 한창이다. 대형 펫샵들은 '순종혈통1%', '명품 강아지 매칭서비스' 등 마케팅읖 앞세워 판매에 열을 올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떨이'로도 팔리지 못한 강아지들은 파격 세일을 거듭하다 진열대에서 모습을 감춘다.
◇가정집에서 태어난 건강한 강아지? 95% 집단 번식장 산물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강아지가 '가족'이나 '친구'라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뒤에 숨겨진 동물 학대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생산자협회 등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동물 번식장은 49개 뿐이다. 동물단체들은 전국 애견 생산업장 수가 800~1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아지를 판매하는 펫샵이나 동물병원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분양하는 '가정집 강아지'들의 95%가 불법적 동물 번식장에서 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운영되는 번식장을 두고 위생이나 동물 복지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구매하는 사람들은 강아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른다"며 "지인을 통해 분양 받은 게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은 새끼를 기계적으로 뽑아내는 번식장에서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네 동물병원에서 어린 동물들을 판매하는 것도 엄밀하게 따지면 '동물 판매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면서 "번식장은 외곽지역에 숨어있어 일반적으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종견'이라 불리는 번식장 개들은 철창에 갇혀 발정제를 맞고 새끼를 낳는 일을 반복한다. 많은 수가 욕창과 장기파열 등으로 죽어 나가기 일쑤다. 또 시중에서 팔리지 않은 새끼들은 번식장으로 되돌려 보내져 종견이 되거나 식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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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죽는 명품 강아지, 왜?
동물복지법에 따르면 생후 2개월(60일)이 지나면 강아지를 판매할 수 있다. 질병 잠복기를 보내기 전 분양된 강아지는 건강이 입증되지 않은 셈이다. 동물을 구매한 사람들은 "사오자마자 죽어 버렸다"거나 "예방접종을 했다는데 병에 걸렸다"고 하소연한다. 이 경우 판매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 환불이나 피해보상도 쉽지 않다.
전염병이 돌기 쉬운 집단 번식 환경에서 어미젖도 못 먹고 자란 새끼가 건강에 취약한 것은 당연하다. 어미와 함께 자란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면 '건강한 강아지'는 믿기 힘든 공수표라는 말이다. 판매장 속 강아지들이 푸석한 털에 눈곱이 끼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건 건강 이상징후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견 상품화와 공장식 번식은 유기견 문제로 직결된다고 말한다. 대다수 유기견 보호소들은 구조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수용 한계치를 넘어섰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표한 '2012년 동물보호 조사현황'을 보면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은 총 9만9254마리. 이 가운데 강아지는 5만9168마리로 59.6%를 차지한다. 이는 유기견으로 '등록'된 수치일 뿐 빙산의 일각이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동물 판매가 전면 금지돼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무분별한 곳은 없다"며 "반려견을 '가족'이라고 하면서도 물건처럼 쉽게 사고 파는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