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버스' 승객 볼 여유도 있었는데…운전기사 졸음운전?

'송파 버스' 승객 볼 여유도 있었는데…운전기사 졸음운전?

이창명 기자
2014.03.30 15:47

1차 사고 이후 멈추지 않는 차량 여전히 의문…경찰 1차 사고 이후 차량결함 조사중

1차 사고 이후 50초쯤 지나 운전기사 염모씨(59) 곁으로 다가온 승객의 모습.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이후에도 염씨가 차량 속도를 줄이지 못하자 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끝으로 영상이 끝난다. 이후 영상은 복원되지 못했다. /사진제공=송파경찰서 블랙박스 동영상 캡처
1차 사고 이후 50초쯤 지나 운전기사 염모씨(59) 곁으로 다가온 승객의 모습.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이후에도 염씨가 차량 속도를 줄이지 못하자 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끝으로 영상이 끝난다. 이후 영상은 복원되지 못했다. /사진제공=송파경찰서 블랙박스 동영상 캡처

경찰이 송파 버스사고가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라고 발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1차사고 이후 2차사고가 이뤄지기 전까지 시간이 짧지 않은데다 운전기사 염모씨(59)의 반응 또한 1차사고 직전과 다르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3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염씨는 지난 19일 밤 11시43분쯤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3318번 버스를 몰다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등 승용차량 3대를 연달아 부딪혔다. 이후에도 그는 운전대를 왼쪽으로 틀어 1.2km 정도의 거리를 계속 주행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28일 사고 상황이 담긴 2분1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선 2차사고 장면이 보이진 않지만 1차사고 직전부터 한 차례 우회전을 한 뒤 30초 정도 지난 시간까지의 장면이 담겨 있다.

동영상을 보면 1차 사고의 원인이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라는 경찰의 설명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2차 사고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경찰도 1차사고 이후 차량결함에 대해선 계속 조사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1차사고 당시 버스의 속도는 시속 22km/h로 측정됐다. 급발진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낮은 속도다. 또 푸른색 선이 그어진 버스 차선이 비어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바깥에 있는 차선까지 무려 네 차선이나 옮겨가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혔다. 경찰은 이 같은 행동도 졸음운전의 근거로 봤다.

문제는 1차사고 이후다. 영상 57초에 찍힌 1차사고 직후 염씨는 운전대를 왼쪽으로 크게 틀면서 앞에 차량들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염씨는 당황한 듯 운전대를 좌우로 크게 돌려 한 번에 서너 차선씩 넘나들며 아찔하게 운전한다. 한눈에 봐도 속도가 1차사고 때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 당시의 속도는 약 70km/h로 안팎으로 추정된다.

영상 1분33초, 정상 노선이라면 진입해선 안 되는 길로 버스가 우회전을 하고 들어선다. 우회전이 아닌 직진 1~4차선엔 차량이 정지해 있다. 염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도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가까스로 피한다.

1차사고 이후 45초가 지난 영상 1분47초 쯤 버스 뒤쪽에 타고 있던 한 남성 승객이 염씨의 운전석까지 걸어 나온다. 염씨는 승객을 잠깐 쳐다보지만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 운전한다. 결국 이 승객은 염씨의 오른쪽 팔을 붙잡는다. 영상은 여기서 끝난다.

장애물을 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데다 승객과 마주볼 정도의 의식도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버스는 계속해서 질주했고 1차사고 발생 3분 뒤인 밤 11시46분쯤 신천동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옆 차로의 택시와 승용차량 등 차량 5대를 스친 뒤 앞에 있던 30-1번 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편 경찰은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버스회사 상무 조모씨(53)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경찰은 염씨가 강동구 강일동 강동차고지에서 오후 9시55분쯤 출발한 지 20분 만인 오후 10시15분쯤 명일동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정지 중 처음 고개를 숙인 채 조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염씨는 1차사고 발생 직전까지 1시간 26분 동안 총 27차례의 졸음운전 징후를 보였다.

아울러 경찰은 사고 사흘 전 염씨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사고 발생일 오전 근무 이후 교대 없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8시간을 근무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동안 쌓인 피로감으로 염씨의 인지·지각·반응·제동능력이 떨어지면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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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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