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착용해 환자 데이터 실시간 수집·분석

"1817년 제임스 파킨슨 박사가 파킨슨병을 처음 정의한지 20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때와 다름없는 주관적 방법으로 이 병을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환자의 질병 경험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질병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이클 J. 폭스 파킨슨병 연구재단의 대표이사인 토드 쉬어러 박사가 한 말이다. 파킨슨병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질병 치료와 의료시스템에 빅데이터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글로벌IT 기업들도 의료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 웨어러블 기기 통해 데이터 수집·분석
16일 IT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마이클 J. 폭스 파킨슨병 연구재단과 함께 파킨슨병의 연구 및 치료 향상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양측은 증상 모니터링을 위해 웨어러블 기술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의 패턴을 탐지하는 새로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 활용키로 했다. 이를 통해 질병 진행을 측정하고, 치료 약 개발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파킨슨병은 증상 변동성이 매우 커 병의 진행을 모니터링하기가 특히 어려운 질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천 명 개인으로부터 굼뜬 움직임, 떨림, 수면의 질 등 측정 가능한 파킨슨병의 특징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함으로써 파킨슨병의 임상 진행을 보다 잘 파악하고 분자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추적할 수 있다.
실제 인텔은 올해 초 파킨슨병 환자 16명과 통제 집단 9명 등을 대상으로 생리적 특징을 추적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를 사용해 연구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나흘간 병원을 두 차례 방문했고 집에서도 계속 기기를 착용했다.
연구에 참여한 파킨슨병 환자 브렛 파커(Bret Parker)는 "의사들은 환자에게 파킨슨병 일지를 기록하라고 지시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내가 증상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면 내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대신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내가 치료법 개발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인텔의 데이터 과학자들은 현재 수집된 데이터를 임상적 관찰 및 환자 일지와 연계해 기기의 정확도를 측정하고 증상 및 질병 경과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올 연말에는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와 약물 복용량을 보고할 수 있는 새로운 모바일 앱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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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립보건원, 유전자 데이터 공유로 질병치료체계 마련
의료분야 빅데이터는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질병관리 및 치료체계를 개선하는 데 활용도가 높다.
특히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헬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 강조하면서 정부 주도의 빅데이터가 활성화됐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유전자 데이터 공유를 통한 질병 치료 체계를 마련했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75개 기업 및 기관들은 파트너십을 통해 1000유전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TB의 유전자 데이터 정보를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전 세계에서 2662명의 유전자 정보를 저장하고 질병 연구를 위해 1% 이상의 빈도를 나타내는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유전자 데이터 정보는 아마존 웹 서비스로 이전해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했다. 일반인들도 이런 정보들을 쉽게 볼 수 있고 공유·분석할 수 있도록 공개해 일반인들도 자신의 질병과 관련한 예측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자신의 특성·진료기록을 유전자 정보와 함께 인터넷에 올려 타인의 정보와 비교·분석이 가능해지면 어떤 유전자가 질병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항생제 사용률 '뚝'
국내에서도 최근 의료계에서 빅데이터 솔루션 도입에 속속 나서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4월 SAP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도입해 '차세대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의료업계 최초로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을 의료에 도입한 것. 따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병원 내 모든 데이터가 수집·저장·가공·처리된다. 기존 시스템 대비 10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임상 질(質)지표(CI:Critical Indicator)도 운영한다.
차세대 시스템이 관리하는 CI는 항생제 관리, 폐렴 중증도 예측 등 300여개. 지표를 관리하는 간호사는 6명 뿐이다. 간호사 역할은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장표를 만들지 않고 실시간 시스템을 모니터링해 특정 수치에 변동이 생기면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 미국 대형 병원의 경우 CI가 150여개에 불과한데도 일일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관리해야 해서 담당 간호사가 100명에 이른다.
황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기존에는 질진료관리팀이 정보팀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각 진료과에 요청하고 수집해 엑셀에 하나씩 집어넣고 통계도 내기 때문에 인력·시간이 많이 필요했다며 "데이터 가공이 끝날 때쯤이면 이미 그 정보는 수개월 전 죽은 정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하면 데이터 끌어오는 시간이 기존 2~3시간에서 10~30초로 줄어 실시간 정보를 볼 수 있다.
항생제 사용률도 줄었다. 황 센터장은 "항생제 예방률도 CI로 만들었는데 지표로 계속 피드백을 받으면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투여 기간이 줄었다"며 "병원 한 곳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이같은 시스템이 정착되면 불필요한 검사나 약 복용을 줄일 수 있어 자원이 훨씬 절약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