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 가수 브로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회원으로, 데뷔 전 일베에 음원 광고 배너를 달았다고 밝혔다. 그의 노래 ‘그런 남자’에는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중략) 한눈에 반해버린 그럴 남자라면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라는 가사가 있다. 일베에서 종종 보던 여성 혐오 글이 가사로 표현된 셈이다.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코오롱스포츠가 후원하는 오지 체험단 모집 광고에는 ‘ㅋㅋㅋ 전공책 한 권도 무거워서 오빠를 부르던 네가 오겠다고?’라는 문구가 있고, 소주 브랜드 참이슬의 CF에서는 술 계산을 남자에게 미루는 여자에게 공효진이 “남자가 계산을 하면 박하사탕이라도 입에 까주라”고 핀잔을 준다. 대만의 차 브랜드 공차는 지하철에는 물론 컵홀더에까지 기분에 따라 마시는 음료라는 메시지를 ‘어장 관리’하는 여성을 빗대 광고했다.
광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공차는 해당 광고를 폐기했고, 코오롱스포츠는 “문제가 될지 몰랐다.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말로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브로 역시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기분 나쁜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그동안 이런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던 남자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성별, 지역, 인종 등 불특정 다수의 집단에 대해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다. 그런데, 브로는 이것을 특정 집단의 취향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는 “친누나가 2명 있는데 누나들도 ‘그런 남자’를 듣고 재미있다고 하더라”며 “누구라도 내 노래 티저 영상을 보고 ‘하하’ 웃으면 그걸로 됐다”고도 했다. 그가 사과한 것처럼 그는 누군가 불쾌할 수밖에 없고, 편견을 조장하는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공감하고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걸로 됐다.” 그리고, ‘그런 남자’는 논란 속에 공개한 지 이틀 만에 멜론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여성 혐오는 잘못이다. 하지만 돈이 된다. 지금 브로 같은 가수나 몇몇 기업이 어떤 여성상을 상정하고 공격하는 것은 일종의 ‘여성 혐오 마케팅’이다.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당연히 비판받을 일이다. 하지만 참이슬을 만드는 하이트 진로의 공식 블로그는 문제의 CF 현장을 스케치하며 공효진의 대사에 대해 ‘솔직한 대사. 이 글을 보고 계신 남자분들 환호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라고 기록했다.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대신 그 대상을 공격하는 주체라 가정한 층을 소비자로 끌어들인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일이 마케팅과 엮이면서 더 많은 머릿수를 확보하는 일이 돼버렸다. 브로가 자신의 노래에 대해 “남자들의 솔직한 생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이유다. 누가 뭐라고 비판하든, 브로는 그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그들은 브로에게 돈을 벌어다 줬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지지하는 사람의 숫자로 따질 수 없다. 하지만 돈은 옳고 그름을 보지 못한다. 여성 혐오자, 인종차별주의자, 지역차별주의자의 돈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그런 남자’를 비롯한 여성 혐오 마케팅은 한국 사회에 대한 심각한 적신호다. 돈을 벌어줄 머릿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지자들에 의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남자의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는 여자들이지만, 그다음은 무엇에 대한 혐오가 노래와 광고의 이름으로 나올지 알 수 없다. 브로는 ‘그런 남자’의 인기로 후속곡을 준비 중이고, 참이슬 광고도 아무 문제 없이 방송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돈을 번다. 과연 우리에게 상식적인 미래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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