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아파트’ 보는 듯…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 성공할까

‘명품 아파트’ 보는 듯…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 성공할까

광주(전남)=김고금평 기자
2014.07.13 12:43

오는 10월 완공 '아시아문화전당' 현장…첨단옵션 속에 콘텐츠 논란 '가중'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밖에서 보면 요새같다. 허름한 전남도청과 경찰청 사이로 세련된 신축 전당 건물이 들어서 있다. /사진제공=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밖에서 보면 요새같다. 허름한 전남도청과 경찰청 사이로 세련된 신축 전당 건물이 들어서 있다. /사진제공=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지난 11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구 전남도청 일대에서 현재 공정률 93%에 이르며 공사가 한창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단군 이래 최대 문화 사업이라 일컫는 아시아문화전당은 건립에만 7000억원이 들어갔다. 연면적 16만㎡에 이르는 시설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13만㎡)보다 7000여평 더 넓다.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미리 본 아시아문화전당 현장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무슨 공사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도로 위 ‘현장’은 평화로웠다. 전당의 대부분 시설이 지하에 위치한 까닭에 도로 아래 현장은 지상과는 다른 ‘깜짝 세계’가 바쁘게 펼쳐졌다.

지하 현장은 입주를 막 앞둔 ‘명품 아파트’의 그것을 보는 듯했다. 지금까지 다른 ‘아파트’에선 시도하지 않은 ‘실험’들이 이곳에선 무한 반복됐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최첨단 옵션들이 어지럽게 장착돼 있었다.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모두 5곳으로 구성된 아시아문화전당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 ‘명품 옵션’…모든 걸 다 사용할 수 있을까

경찰청 건물 뒤로 아시아문화전당 건물 건립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사진제공=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경찰청 건물 뒤로 아시아문화전당 건물 건립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사진제공=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현장은 예술극장이었다. 실내와 야외를 오묘하게 섞은 듯한 대극장(1200석)은 기존 극장과는 180도 달랐다. 우선 무대 정면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위치의 구분을 없앴다. 다만 정면으로 많이 사용될 것 같은 위치를 기준으로 보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무대 2개가 나란히 배치돼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구현케했다.

놀라운 장면은 객석이다. 평범한 마룻바닥처럼 보이는 객석은 공연 시작과 함께 층층별로 솟아오른다. 극장 객석처럼 열에 맞춰 높이를 달리한 것이다. 실내와 실외를 나누는 유리문은 그 중 압권이다. 폭 30m, 높인 16m에 이르는 유리문은 자동개폐 시스템으로 여름엔 열을 차단하고, 겨울엔 보온 효과를 유지한다. 무대와 객석은 단순하게 하나로 연결된 듯 보이지만, 한 공간을 세 개로 쪼개 무대 3곳을 만들 수 있는 옵션도 넣었다.

전시관으로 주로 사용되는 창조원, 연구소와 자료 아카데미로 활용되는 정보원 등은 콘텐츠보다 공간이 많다고 느낄 정도로 큰 공간을 섹션화했다. 어린이문화원의 경우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닿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화했다. 평범한 듯 보이는 1층은 60개에 이르는 조명을 곳곳에 배치해 저녁엔 ‘빛의 숲’으로 변신케한 것도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

하지만 깨알같이 적용된 옵션들이 실제 이 곳을 찾는 관객들에게 극도의 만족감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객들이 실제 이용해 느끼는 체감 효과보다 불필요한 옵션들이 적지 않은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 콘텐츠 질과 총감독 일원화 논란 여전히…소프트웨어의 변화는?

하드웨어의 성공적인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날 콘텐츠 종합계획과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성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은 “얼마나 많은 관객이 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콘텐츠의 대중성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콘텐츠는 대관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진단이 전당에서 소화하는 콘텐츠는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아트에 대한 실험이라면, 전당의 콘텐츠는 인문학과 아트, 과학(IT)의 융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창조물이라는 설명. 신은향 전당기획과장은 “지역적으로 바라보는 아시아가 아니라, 아시아인들이 창작 발전소로서 도시와 연계해 모델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전에 없었던 흐름을 만들어가는 허브 역할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콘텐츠의 융합, 특히 낯선 아시아 문화 콘텐츠의 이색 조합이 대중적 호응을 얻기 힘든 ‘실험의 작품’으로 끝날 경우, 지역 산업 발전과 해외 관객 유치 등 실질적인 문화 파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5개 ‘원’이 유기적인 형태로 가면서 콘텐츠의 중복성, 감독의 의견 충돌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 상태. 실제 문화창조원을 담당하는 이영철 예술감독은 “예술 총감독의 부재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5개 ’원‘을 아예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가는 길이 최선’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추진단측은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는 5개 ‘원’은 그 자체로 이미 차별화의 길을 걷고 있다”며 “2주에 한번씩 예술감독들이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과정에서 충돌이나 분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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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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