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달라진 한국의 유산 역량을 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자국의 유산 관리도 허덕이던 국가에서 세계유산의 주요 안건을 주도하며 목소리를 내는 '선도국'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다. 사상 첫 등재 확대, 역대급 참가자 등 긍정적인 성적표도 잇따랐다.
27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달 25일 회의에서 '한국의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를 확정했다. 2021년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의 면적과 기존 유산의 경계를 확대하는 조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 갯벌이 생물 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의 중요성을 다루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고 인정했다.
기존 '한국의 갯벌'은 보성과 순천, 여수, 고흥을 잇는 갯벌과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 갯벌', '서천 갯벌', '서산 갯벌' 등 6개였다. 이번 확대 등재에 따라 여수 갯벌과 고흥 갯벌, 무안 갯벌, 서산 갯벌 등 4곳이 추가됐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17건의 세계유산 중 확대 등재가 결정된 것은 '한국의 갯벌'이 처음이다. 세계 문화유산계에서 한국의 달라진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일주일간의 회의 동안 유네스코와 주요국을 선도하며 안건 논의를 이끌었다.

개막 첫날 '부산 선언'의 전원합의 채택을 이끈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력 분쟁과 기후변화 등 세계유산을 둘러싼 위기에 범국가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의 선언으로, 우리나라가 작성부터 채택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우리와 분쟁을 빚었던 안건에서도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 세계유산위는 지난 23일 일본의 세계유산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놓고 전시 전략 개선을 요구하는 결정문을 별도 토의 없이 합의 채택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하고도 설명 없이 그대로 전시해 우리나라의 반발을 빚었다. 세계유산위는 "관련 당사국(한국)과 협의해 전시를 개선하고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루라"고 권고했다.
흥행 성과도 긍정적이다. 부산 세계유산위 참가를 위해 등록한 인원은 162개국 3111명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세계유산위 중 가장 많다. 국가유산청이 우리나라 세계유산을 알리기 위해 조성한 '대한민국관'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대한민국관은 참가자 외에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리면서 지난 20일 문을 연 이후 엿새간 7만 2143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긍정적 소식이 잇따르면서 더 많은 우리 유산들이 세계유산의 인정 기준인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2030년 열리는 이후 세계유산위에서도 우리 유산의 등재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등재 절차가 진행 중인 한양의 수도성곽과 부산의 역사를 다룬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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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산·학계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원조가 필요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확대하고 인적·물적 교류를 늘려 유산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허민 유산청장은 "부산 선언의 어젠다들이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