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아시아 8조 달러 시장을 잡아라 ③ 떠오르는 시장, 베트남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와 뭉게뭉게 피어나는 먼지.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첫 인상은 '성장'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이런 나라가 크게 발전하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하지만 먼지구름에 감춰진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과 높은 교육 수준, 하루하루 성장하는 경제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은 매년 적어도 5%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 10년 동안은 무조건 간다"=베트남에 진출한 기업과 금융기관에 투자 이유를 물으면 하나같이 '성장성'과 '잠재력'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민경환 대림베트남 법인장은 "자원이 풍부하고, 젊은 인구가 많아 기본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투자환경도 좋아 투자하기에 최저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베트남의 인구는 약 9000만명. 이 가운데 70%가 40세 이하다. 교육열이 높아 고급인재들도 많다. 젊고 뛰어난 노동력이 많다는 의미다. 또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조만간 1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베트남 진출 기업인 중에는 "적어도 10년 동안 베트남은 투자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이 많다. 당분간은 지금까지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외국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당국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중국의 개방 정책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실제 베트남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중국보다 훨씬 개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각 성(省)들까지 나서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개발을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기업에게 특혜를 제시하는 등 호의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공식적으로는 1000개 정도의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2000개가 넘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제조업 위한 공장? 인프라 투자!=베트남에서 2년 넘게 지낸 한 은행 지점장은 자신을 찾아와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기업인에게 늘 한 가지를 강조한다. "인건비가 싸다고 생각해서 베트남에 온다면, 십중팔구 망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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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베트남의 인건비는 점차 비싸지고 있다. 땅값 역시 도심지를 중심으로 점점 오르는 추세다. 단순히 노동집약적 사업을 싼 값에 이루기 위해 베트남을 찾는다면, 오히려 본전도 못 찾고 베트남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신 베트남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인프라 구축 사업은 앞으로 더욱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이 지점장은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까지 베트남은 인력집약적인 제조업에만 매달렸는데, 이제 그것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베트남 정부는 인프라 구축 이후 중화학공업을 보다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임원은 "베트남 정부 관리들은 최근 만날 때마다 도로와 전기, 항만, 철도 등 SOC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하노이 주변 투자를 적극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SOC 사업에 공을 쏟는 기업들은 대림산업과 두산중공업, 경남기업 등 셀 수 없이 많다.
대림산업은 베트남 국영기업의 정유 공장 건설을 따내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원유를 생산하면서도 정제 기술이 없어 정제유를 수입하는 베트남이 최근 정유 시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정유 공장 건설 수주는 흔치 않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두산중공업은 화력발전소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베트남법인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수력발전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고, 전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지금보다 확대시키면 보다 안정적인 전기 사용이 가능해 관련 수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하노이의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짓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 건설 능력은 '최고급'으로 인식된다. 지금 하노이와 외곽지역에서 건물을 짓거나 신도시를 개발하는 국내 건설업체는 경남기업 외에도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이 있다.
이처럼 이미 한국 기업 가운데 베트남 인프라 사업에 뛰어든 곳이 많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여전히 베트남의 저렴한 인력만 이용하겠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고, 일부 대기업들은 '거점만 하나 만들어놓자'는 생각으로 진출하기도 한다"며 "실제 SOC 사업에 적극 뛰어든 기업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