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아시아 8조 달러 시장을 잡아라 ②중국 동북3성 금융수출 진단

# 지난달 17일 찾은 중국 랴오닝성(요녕성) 선양시(심양시) 심하구. 중국 동북지역 최대 도시의 도심인 이곳엔 고층 빌딩들이 밀집해 있다. 주변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고, 곳곳에서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중이다.
선양은 서울보다 10배 이상 넓다. 도심과 도심은 수많은 도로로 연결돼 있다. 인구는 800만 명 정도로 번잡해 보이지 않았지만, 개발이 한창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개발 현장을 직접 보는 듯 하다.
선양시가 이처럼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3년 3월 중국 동북 경제권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하는 4세대 지도부가 등장할 때다. 이들은 랴오닝성(요녕성), 지린성(길림성) 헤이룽장성(흑룡강성) 등 동북3성에 주목했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동북지역 순방을 마치고 동북3성 공업기지 진흥을 서부대개발 사업과 함께 양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다. 그해 10월에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6기 3중 전회에서 동북3성 개발계획이 결정됐다.
7년이 지난 지금, 동북3성은 중국 경제 성장의 한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개발 계획이 나오기 전인 2002년, 이 지역 GDP는 1조1586억 위안(208조548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GDP는 3조553억 위안(550조 원)으로 2.6배 정도 증가했다. 낙후된 지역은 최신식 건물이 들어찬 세련된 도시로 탈바꿈했고, 농촌 사람들은 돈이 몰리는 도시로 향했다.
동북3성의 총 면적은 약 79㎢(중국 전체의 8.2%). 총 인구는 1억800만 명(8.3%), 중국 GDP의 약 9.1%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 1인당 GDP는 2만8097위안에 달했다. 3만 위안을 상회하는 동부 연안(중국 최대 발전 지역)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동북 경제권은 대외개방도가 여전히 낮다. 대외교역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불과한 것이다. 개발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 투자가 몰려들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마침 이날 랴오닝성 선양시 캠핀스키 호텔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모였다. '2010 경북 아시아 전략사업 무역사절단'이란 이름으로 이곳을 찾은 투자자들은 현지 기업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경북 지역 중견기업 10개 업체가 동북3성에 진출을 타진하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중국 현지 기업 35개가 참여했고 총 53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코트라 다롄 사무소 윤효춘 센터장은 "동북 3성은 중국 정부가 특별히 신경 쓰면서 개발을 이끄는 지역"이라며 "국내 기업들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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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의 동북3성 투자는 다롄(대련) 등 항구도시나 선양(심양) 같은 공업기반이 양호하고 시장이 발달한 랴오닝성 중남부에 집중됐다. 올해 3월까지 우리나라의 동북3성 투자현황은 7287건으로 중국 전체(4만2120건)의 17.3%에 이른다. 투자금액은 34억7300만 달러로 중국 전체(299억1300만 달러)의 11.6%를 차지한다.
주요 업체는 포스코, LG전자, 롯데마트, SK가스, LS산전, STX, 한솔, 삼영화학, 농심, 금호타이어, 만도기계 등으로 수 백 개가 있다. 지금도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다.
국내 은행들의 진출도 활발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은 랴오닝성이 주요 영업 무대다. 이곳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하나은행이 있다. 헤이룽장성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지린성에는 하나은행이 나가있다.
은행들은 이곳에서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지점수를 늘리거나 새로운 지역에 진출하고 싶어도 중국 당국의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지점 확장을 위해 국내 은행들이 현지법인화 했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예대율 규제도 있어 영업이 쉽지 않다. 내년 말까지 예대율을 100대 75로 맞춰야 한다. 예금을 100으로 봤을 때 대출을 75만 하라는 것. 중국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건전성을 강화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은행들이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이미 대출은 자제하면서 예금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충환 기업은행 선양지점장은 "많은 은행들이 적극 진출을 노리지만 규제가 심해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은행들이 아무리 경쟁력을 키우고 덤벼도 중국식 규제가 지속된다면 국내 은행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국내 은행들이 현지영업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이 이뤄지다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 새로운 중국기업들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현지 발전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 대한 해외 투자액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 2008년 외국인 투자는 177억6000만 달러로 중국 전체의 19.2%를 차지한다. 앞으로 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명식 산업은행 선양 사무소장은 "중국 동북3성 발전 속도를 따라 잡으려면 은행들도 영업 능력을 더욱 키워야한다"며 "중국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 반경을 넓혀나간다면 중국 당국의 규제에 따른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