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7538건으로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년 연속 증가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속 강화와 피해 구제를 되풀이해 발표하지만 제도 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논의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그 중심에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이 있다.
대부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취약계층을 겨냥한 고금리 영업과 과거 일부 업체의 강압적 추심이 원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업이 제도권 금융 사각지대를 메우며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완전히 내몰리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해 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이중적 현실을 현행 법체계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대부업법은 성격이 다른 3가지 기능을 한 법안에 욱여넣었다. 대부업자 관리·감독(업법), 불법사금융 처벌(형사), 소비자 보호(이자·추심 규율)가 뒤섞였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도 이 구조 탓이다. 소비자는 등록업체와 불법업체를 구분하기 어렵고, 감독당국은 기능별 대응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멀쩡한 합법 등록 업체가 불법사금융과 한데 묶여 억울한 이미지 연좌를 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법체계를 역할별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등록 대부업체의 영업 질서를 규율하는 업법은 따로 정비하고, 불법사금융 규제는 독립된 체계로 분리하며, 최고금리 규율은 이자제한법에서 일관되게 다루자는 것이다. 최근 추진되는 매입추심업 허가제도 같은 방향이다. 부실채권 매입·추심 전문 사업자를 별도로 관리해 소비자 보호의 마지막 빈틈을 메우려는 시도다.
법 구조만 손본다고 서민금융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2021년 최고금리 20% 인하 이후 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줄었다는 지적은 꾸준하다.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취약계층을 음지로 밀어내는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선의의 제도 개편이 새로운 사각지대를 낳지 않으려면 설계가 촘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보호할 것인가, 억제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이 아니다. 합법과 불법을 명확히 가르고, 기능별 감독 체계를 현실에 맞게 다시 짜는 것이다. 칸이 나뉘어야 각자의 역할도 선명해진다. 감독은 날카로워지고, 소비자 보호는 두터워지며, 합법 업체는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수 업체만 일본처럼 '소비자금융업'이라는 명칭 사용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명칭이 바뀐다고 이미지가 바뀌지는 않는다. 규제 실질이 강화되고, 불법업체와의 경계가 선명해지고, 소비자 피해가 실제로 줄어든 뒤에야 새 이름은 제 의미를 얻는다. 순서가 뒤바뀌면 명칭 변경은 포장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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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법이 만들어진 2002년은 IMF 외환위기 여파로 신용카드 대란이 터지고 사금융 피해가 폭증하던 때였다. 20년 전 단일 틀로 합법 대부·불법 사금융·금리·추심을 모두 감당하는 건 무리다. 법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규제 공백과 피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