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가해자는 복귀, 피해자는 퇴직

성희롱 가해자는 복귀, 피해자는 퇴직

이슈팀 이시내, 방윤영 기자 기자
2013.10.24 06:10

[두번 죽는 성추행 피해자 ①] 안행부 "성희롱 재범 낮추려면 가해자 엄격 처벌 필요"

/사진=Foxrothschild
/사진=Foxrothschild

# 직장인 여성 A씨(29)는 올초 상사 B씨로부터 신체적 성희롱을 당한 뒤 회사에 신고했다. 회사 징계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B씨에 정직 처분을 내렸다. 1개월 뒤 B씨는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 사이 회사에는 A씨에 대한 헛소문이 퍼졌다. A씨가 B씨와 내연관계에 있다가 관계가 나빠져 그를 성희롱으로 신고했다는 것. A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조용히 넘어갈 것이지 무슨 신고까지 하느냐"는 동료들의 뒷담화였다. A씨는 결국 지난 6월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응이나 주변의 인식이 피해자를 '2차 피해'로 내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직장을 떠난 뒤에도 버젓이 직장 생활을 계속 한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성희롱 범죄에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 등 5가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징계 수위를 정하는 과정에는 △비위의 유형, 정도 및 과실의 경중고 △평소의 행실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 △기관장의 의견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종합적인 맥락에 따라 파면·해임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성희롱에 대해 파면·해임 등 중징계가 내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가공무원이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67건이다. 이 가운데 파면·해임 처분은 6건에 그쳤다.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로 파면·해임 등 중징계는 부당하다는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운전면허 시험 도중 여성 응시자를 성추행해 파면 처분을 받은 운전면허시험관에 대해 '부당한 징계'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시험감독자로서 응시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보이는 측면도 있으므로 그 정도가 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지른 중앙부처 공무원은 대부분 감봉이나 견책, 정직 등의 징계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파면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8월 파견업체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으로 해임 처분을 받은 C씨(48)가 "해고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성희롱에 관대한 처벌이 성범죄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김나현 한국여성민우회 상담원은 "성희롱을 범한 상사가 가벼운 처벌만 받고 회사에 돌아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내용 등의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며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면 '성희롱이 별 것 아니구나'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도 "성희롱 사건은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에 조직 내 질서유지를 저해할 위험이 크다"며 "성희롱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에 대한 엄격히 처벌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희롱에 대한 중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징계수위를 높이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제도 변화 뿐 아니라 인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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