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에만 '40조' 번 삼전·하닉..."성장률 1.9%" 끌어올린 기업의 힘

4분기에만 '40조' 번 삼전·하닉..."성장률 1.9%" 끌어올린 기업의 힘

정현수, 박광범, 최민경, 김온유, 김성은, 최경민 기자
2026.02.19 06:00

[기업이 떠받치는 국가경제] (上)

"韓 성장률 다른 나라와 비교했더니"…'기업의 힘'이 보인다

G20 성장률 전망치/그래픽=윤선정
G20 성장률 전망치/그래픽=윤선정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한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 역시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파장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 변수였다. 정치적 공백도 겹쳤다. 대통령 탄핵 이후 권한대행을 맡았던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까지 물러나며 정책 컨트롤타워가 흔들렸다. 시장의 기대는 자연스럽게 기업으로 향했다.

몇 달 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 중심의 수출 회복과 반도체 업황 반등이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렸다. 18일 IMF가 발표한 '2026년 1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9%다. 선진국 평균(1.8%)을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이 1.0%로 선진국 평균(1.7%)을 크게 밑돌았던 것과 대비된다.

IMF가 분류한 41개 선진국 가운데 주요 7개국(G7) 중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국가는 미국(2.4%)뿐이다. 캐나다(1.6%), 영국(1.3%), 독일(1.1%), 프랑스(1.0%), 일본(0.7%), 이탈리아(0.7%)는 모두 한국보다 낮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일본만 하더라도 지난해 1.1%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7%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올해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곳은 인도(6.4%), 인도네시아(5.1%), 중국(4.5%), 사우디아라비아(4.5%), 튀르키예(4.2%), 아르헨티나(4.0%), 미국(2.4%), 호주(2.1%) 등 8개국이다. 특히 한국처럼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선 국가 중에서 올해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 국가는 미국과 호주 2곳뿐이다.

반등의 중심에는 기업 실적 개선이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20조737억원, 19조16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3.2%, 137.2% 증가한 수치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각각 1072조6384억원, 640조6421억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37.6%를 차지한다. 지난해 연간 수출은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기업 실적 개선은 세수 확대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전년 대비 22조1000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는 증가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정한 올해 잠재성장률은 1.6% 수준인데, 실제 성장률이 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 역시 기업 부문의 회복세다.

다만 성장의 동력이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경기 변동성에 따른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기업 활동을 제약하기보다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 환경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에 물어보면 규제만 하지 말아 달라고 청원한다"며 "규제를 풀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중심에 기업"…이재명 정부 고비마다 빛난 '원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재계인들과 주요 회동 요약/그래픽=김현정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재계인들과 주요 회동 요약/그래픽=김현정

"정치의 제일 큰 목표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경제 문제가 있고, 경제의 중심에 기업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청년 일자리와 지방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0대 그룹은 이날 향후 5년간 270조원을 지방에 투자하고 올해 5만16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균형발전과 청년고용의 주요 국정 과제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적극 표명한 것이다.

'AI(인공지능)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세계 5강'의 성장 비전을 내걸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업이 성장과 도약의 가장 중요한 축이란 인식 하에 '민관 원팀'을 집권 초부터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인 지난해 6월 13일 '경제 6단체장과 5대그룹 참석 경제인 간담회'를 열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핵심이 바로 경제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했다. 기업의 도움없이는 민생 해결과 경제 대도약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비롯해 이 대통령의 주요 외교 일정과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도 기업인들의 역할이 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미 관세협상을 위한 방미를 앞두고 가진 재계 총수들과 만찬 회동에서 대미 투자, 글로벌 통상, 연구개발(R&D) 투자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상세한 의견을 교환했다.

당시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지난해 9월 유엔(UN) 총회 참석 일정에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최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동행해 'K-증시 세일즈'에 힘을 보탰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국익중심 실용외교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코스피 5000포인트 조기 달성 등 이 대통령의 굵직굵직한 성과에도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개 그룹 재계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며 "한미 협상과정에서 가장 애 많이 쓰신 건 기업인들"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지난 4일 간담회에선 "여러분(기업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주가도 5000포인트를 넘어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게 된 것 같다"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이재명표' 경제 대도약 구상의 실현 과정에서 기업과 '원팀'으로 해법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성장 산업 호조에 따른 수출지표 개선과 증시 회복 등의 경제 온기가 시장 전반에 확산하도록 창업기업,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도 대기업과 함께 늘려갈 계획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4일 기업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성장의 과실이 지방, 중소기업, 청년에게 퍼지는 모두가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며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지역 청년들의 창업 지원에 나서기로 한 삼성전자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스타트업이 대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면 새로운 일자리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AI 전환기에 맞춰 기업들과 새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재계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잠수함 수주하면 일자리 2만개"..지역 활성화도 기업에 달렸다

전국에 퍼진 K배터리 밸류체인/그래픽=이지혜
전국에 퍼진 K배터리 밸류체인/그래픽=이지혜

"국내에서만 40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와 2만명 이상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지난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남긴 말이다. 잠수함 수주에 따른 영향이 전 산업에 미치며 대규모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메시지다.

실제로 잠수함을 만드는 한화오션(129,800원 ▼2,000 -1.52%)HD현대중공업(543,000원 ▲4,000 +0.74%)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와 울산 주변 협력사들까지 그 온기가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군함 한 척을 수주하면 조선·철강·전자·소재 등 300개 이상 협력업체에서 수혜를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 활성화→기업 투자 확대→고용 창출→지역 경제 활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공고해지는 것이다. 청와대가 나서 '코리아 원팀'을 구성해 CPSP 사업 지원에 나선 배경이다.

이는 잠수함에 국한된게 아니다.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라인이 수출입에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수주 100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K방산의 생산거점만 봐도 경남 창원(현대로템(201,500원 ▼4,500 -2.18%)·한화에어로스페이스(1,105,000원 ▼26,000 -2.3%))과 사천(KAI), 경북 구미·김천(LIG넥스원) 등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LIG넥스원(460,000원 ▲4,500 +0.99%)이 구미에 3700억원을 들여 방산 전용 생산공장을 신축하기로 하는 등 꾸준한 투자도 뒤따르고 있다.

2020년대 이후 본궤도에 오른 배터리 밸류체인 역시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395,000원 ▼15,000 -3.66%)에코프로(150,400원 ▼5,100 -3.28%) 등을 중심으로 배터리 클러스터가 구축된 충북 오창의 인구가 2014년 5만명에서 최근 7만명 내외로 증가한 것은 '기업이 지역을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배터리 생산라인의 경우 연간생산량(연산) 20GWh(기가와트아워)당 3000~4000명 정도의 고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온 서산공장 전경 /사진 = SK온
SK온 서산공장 전경 /사진 = SK온

배터리 밸류체인은 영남과 호남, 충청 가리지 않고 구축돼있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배터리 3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에 약 20~30GWh △삼성SDI(374,500원 ▼11,000 -2.85%)가 울산을 중심으로 15GWh 내외 △SK(349,500원 ▲7,000 +2.04%)온이 충남 서산에 7GWh(장기적으로 21GWh) 규모의 공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주요 소재 중 양극재를 보면 LG화학(324,500원 ▼12,000 -3.57%)은 청주(충북)·구미에, 포스코퓨처엠(224,000원 ▼3,500 -1.54%)은 포항(경북)·광양(전남)에, 에코프로는 오창·포항에 거점을 뒀다. 이외에 전북 정읍(SK넥실리스)·익산(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에는 동박 생산라인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의 '지역 살리기 선봉장' 역할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은 30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설비 증설, 배터리 생산·R&D(연구개발) 역량 확장, AI(인공지능) 전환 및 탄소중립 인프라 투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181,200원 ▲2,600 +1.46%)는 플랙트그룹의 생산거점을 광주광역시에 구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880,000원 ▼8,000 -0.9%)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에 19조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패키징 팹(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를 감안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지방소멸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볼 수 있다. 최근 '인구감소·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밝힌 77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산업·일자리 부족(44.2%)'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의 조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재수 한경협 민생경제팀장도 "인구 감소의 원인과 해법 모두 '산업·일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거제=뉴스1) 윤일지 기자 =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2025.8.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거제=뉴스1) 윤일지 기자
(거제=뉴스1) 윤일지 기자 =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2025.8.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거제=뉴스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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