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화상경마, 도박이냐 레저냐③]경마 중독자의 한탄

20일 저녁 서울 영등포 '마권 장외발매소'(스크린경마장) 앞 전당포. 경마가 열리지 않는 날인데도 허름한 차림의 손님이 몇몇 눈에 띈다.
주변 유흥가로 발길을 돌리니 길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싼 이자 10%'. 근처 전봇대에도 대부업자들의 광고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그 중 한곳에 전화를 거니 이내 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싶다고 하자 차종을 물어왔다. 대략 중고차 시세의 절반 정도를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화상 경마장 주변에는 이처럼 불법 사채업자들이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속칭 '전차(車)포'가 성행중이다.
차종에 관계없이 1대당 100만∼200만원 정도는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경마는 시간을 놓치면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손해인 줄 알면서도 급하게 돈을 빌린다. 주말에는 개인택시를 맡기고 돈을 빌리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게 화상경마장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화상경마장 주변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김모씨는 "경마로 삶의 모든 것이 다 망가졌다"고 한탄했다. 결혼 패물은 물론 아이 돌 반지에 차까지 모든 것을 갖다 팔았다. 부모 형제의 물건도 몰래 내다 팔았다.

"원체 경제적 피해가 커요. 중독이 되다 보면 감성적, 인성적으로 모든 게 다 망가져 삶 자체가 파탄이 나게 돼 있어요." 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2012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사행산업 이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경마장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47.8%다. '스크린경마장'으로 불리는 마권 장외발매소 이용자의 유병률은 69.3%로 더 높다. 스크린경마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 10명 중 7명은 중독된다는 뜻이다.
경마 중독자들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이다. 2010년 마사회의 '경마 이용자 분석자료'에 따르면 경마 이용자의 52.1%가 월소득 300만원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월소득 200만원대 경마 이용자가 29.9%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대가 16.3%, 100만원 미만이 5.9%로 집계됐다.
또 다른 경마 중독자인 40대 남성 권모씨는 과거 직원을 수십명 거느린 '사장님'이었다. 그러다 경마에 손을 대면서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 막노동에 구걸까지 하게 됐다. 경마장 주변의 일명 '꽁지꾼'이라고 불리는 일수업자들에게 돈을 빌려 경마를 했다.
'꽁지꾼'들은 기본적으로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큰 담보가 없어도 돈을 빌릴 수 있다. 100만원을 기준으로 선이자 20만∼30만원을 떼고 빌린다. 권씨는 신용을 지켜야 또 돈을 빌릴 수 있어 어떻게든 돈을 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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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경마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오죽하면 경마장 주변에 '원수한테는 경마를 가르쳐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