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패가망신법' 미완성 공식
'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라고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불공정거래로 번 돈을 모두 환수해 '감옥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개정된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패가망신법이 놓친 것을 짚어본다.
'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라고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불공정거래로 번 돈을 모두 환수해 '감옥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개정된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패가망신법이 놓친 것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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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쌍방울 주식 시세를 조종해 347억원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로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3년 동안 진행된 1심 재판 결과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다수의 일반 투자 피해자를 상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시세 조종을 통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부당이득을 산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추징금을 선고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이듬해인 2018년 6월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확정됐다. 상습적인 주가 조작으로 자본시장을 교란한 범죄자에게 실형을 선고하지도 않은 데다 '부당이득 액수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추징금조차 부과하지 않은 것이다.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대표적인 사례다.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문제가 되면서 최근 국회에서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쌍방울 주가조작
주가조작 부당이득에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위헌 논란에 부딪혔다. 양형의 핵심적인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률 조항으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포괄 위임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신설된 제442조 2항이다. 해당 조항은 법률 위반 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규정하면서 개별 법률 위반 행위의 유형별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대통령령(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처럼 형벌 부과 기준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임 입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당이득이 행정 처분의 일종인 과징금 부과 기준으로만 쓰인다면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형벌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형벌이기 때문에 원칙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에 가담할 경우 일벌백계로 다스려 패가망신한다는 의식이 심어지도록 하겠다. 부당행위가 오히려 이익이라는 시장의 인식도 강력한 처벌로 반드시 개선하겠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를 직접 찾아 패가망신을 언급한 것은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아도 오히려 이득'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주가조작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 또한 SG사태 등 최근 잇단 불공정거래 사건과 맞물려 관련자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비판여론이 치솟으면서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주가조작사범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여실히 확인된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6~2021년 불공정거래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한 854명 가운데 457명(53.5%)이 조사만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주가조작 혐의가 적발돼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2년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SAC캐피탈의 내부자 거래를 적발, 부당이득 2억75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3556억원)의 2배가 넘는 6억1600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기밀정보를 활용해 수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거둔 이 사건으로 SAC캐피탈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매튜 마토마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다. 1년 뒤 SAC캐피탈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20개 이상의 상장사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로 다시 연방검찰로부터 기소돼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물기로 합의했다. 내부자 거래 혐의 관련 벌금으로 사상 최대다. 뉴욕남부연방법원은 당시 합의안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72조원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의 경우 2009년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은 뒤 2021년 82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감옥에서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