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디스커버리' 기술유출 막을까 늘릴까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특허침해를 당해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기업들은 물론 해외기업과 벌이는 특허전쟁에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첨단산업계의 입장까지 두루 반영한 정부안을 입수했다. 산업계와 법조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특허침해를 당해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기업들은 물론 해외기업과 벌이는 특허전쟁에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첨단산업계의 입장까지 두루 반영한 정부안을 입수했다. 산업계와 법조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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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자사의 특허부품을 고객사에 납품하던 중 경쟁업체인 B사가 A사 기술과 똑 닮은 부품을 납품한다는 사실을 알고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증거 수집을 위해 고객사에 B사 제품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처럼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특허침해 제품을 확인하는 데만 4년이 소요됐다. 특허법 개정안, 일명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가 2년 만에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당사자 양측이 재판에 앞서 미리 증거를 공개하거나 전문가의 현장조사를 통해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는 절차다. 정부는 산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확정하고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입법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상대기업의 특허침해를 입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법원이 판매기간이나 수량, 매출 같은 입증자료 제출을 명령해도 상대가 자료를 조작·은폐할 경우 특별히 제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특허침
국내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법원은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검토한 뒤 상대방에게 '침해를 증명하거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자료제출 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법원은 자료제출을 신청한 측의 주장을 진실로 간주할 수 있다. 자료가 없다고 발뺌하기만 하면 증거 불충분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런 제재가 신설된 지 7년여 동안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실무적으로 자료제출을 명령 받은 쪽에서 자료 존재를 부인하거나 조작·훼손한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사실상 제재 적용이 어렵다. 결국 형식적으로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소송이 진행되면서 특허권이 침해된 피해자가 구제될 가능성이 여전히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국회에서 재논의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송 당사자 양측이 재판에 앞서 미리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충분히 고민해볼 시점이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4월 국회 본회의) 법무부와 사법당국에서도 특허소송과 관련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는 도입 논의가 특허소송에 한해 이뤄지고 있지만 논의가 확대될 경우 민사 소송 전반에서 상대방에게 증거를 요청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미법권 소송법상 제도인 디스커버리 제도는 본격적으로 소송에 돌입하기 전에 소송 당사자들이 사건과 관계있는 증거자료를 청구하고 교환하는 절차다. 양쪽이 필요한 증거를 숨기지 않고 모두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에 따른 피해를 막고 쟁점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증거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훼손한 경우에는 패소 판결까지 받을 수 있다. 국내 민사소송에서 증거를 채택하고 제출하는 과정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디스커버리 제도에서는 양 당사자가 필요한 증거인지를 결정해 서로 제출을 요구하지만 우리나라 소송체계에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 움직임을 두고 산업계가 개정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당하기도 하는 만큼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영업비밀 보호 측면에서 명확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특허권 침해 소송이 빈번해지면서다. 2021년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주무부서가 소부총괄과였다가 반도체과로 바뀐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조치였다. 업계에서 염려하는 지점은 개정안에 포함된 전문가 사실조사제도다. 기업이 자료를 선별해 내놓는게 아니라 외부인에게 공장을 열어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술 유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단 기술이 유출되면 손해를 돌이키기 어렵다"며 "최근 기술 유출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와중에 공장을 다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면 핵심기술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
대형 로펌들은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과 관련, 관련 조직을 갖추고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디스커리비 제도가 법제화한 미국의 경우 민사소송이 발생하면 본격적인 소송에 앞서 '사전협의→법원의 절차지정명령→당사자 주도의 요구개시→전문가 증언 공개→변론 전 증거 공개' 순으로 디스커버리에 해당하는 5단계를 거친다. 사전협의 단계에서는 양측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만나 증거 자료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고 다툼이 있는 부분을 확인해 구체적인 계획을 법원에 제출한다. 제도상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규정돼 양측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 정보를 제출할지, 해당 정보가 삭제되지는 않았는지, 사생활 등 비밀과 관련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지 등을 직접 논의한다. 법원이 당사자가 제출한 계획을 참조해 자료의 범위와 절차 완료 시점 등이 담긴 명령을 내리면 증거수집 절차가 시작된다. 소송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상대방 또는 제3자가 증거를 제공해야 하며 대상 증거에는 문서, 증언녹취,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