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된 사람들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과정이 등록·관리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관리체계는 교육과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시스템과 맞물려 운용된다. 그럼에도 이같은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 채 '버려진'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유령 국민'이다.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과정이 등록·관리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관리체계는 교육과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시스템과 맞물려 운용된다. 그럼에도 이같은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 채 '버려진'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유령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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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노숙 생활을 한 A씨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제야 자신에 대해 오래 전 실종선고가 났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법적으로 사망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 때문에 그는 수급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A씨는 실종선고 취소 소송을 통해 16년만에야 다시 '살아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기가 찬 건 A씨가 실종선고를 받은 뒤에도 생필품 등을 훔치다 걸려 재판을 받고 교도소까지 드나들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그가 실종선고 상태라고 알려주지 않았고, 사망자 신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지 않았다. 정부도, 사법부도 마찬가지였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B군은 출생신고도 안 된 채 버려졌다. 경찰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B군은 열살이 될 때까지 병원에서 지냈다. 병원의 사회복지사는 입원치료가 필요 없어진 B군을 장애아동시설로 옮기려고 했지만 시설은 거부했다. 신분이 없는 아이를 받아줄 순 없다는 이유였다. 그때까지도 B군은 출생신고조
매년 100명 가까이가 법정에서 '부활'한다. 성경이나 신화 속 '기적'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실종선고로 인해 '사망자'로 처리됐다가 생존이 확인돼 실종선고가 취소된 이들의 얘기다.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실종취소 선고 건수는 연 평균 96건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만 보면 연 평균 111명이 실종취소 선고를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받았다. 올들어 5월말까지 확정된 실종취소 선고만 69건이었다. ◇감옥 보내고 보니 '무적자' 실종취소로 신분이 회복된 대표적인 사례가 '신안 염전노예'로 알려진 황모씨다. 황씨는 1993년 가출한 이후 가족들의 실종선고 신청으로 2000년 1월 사망자로 처리됐다. 막노동을 하다가 전남 신안군의 염전 노예로 전락한 황씨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다. 결국 그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사망자로 처리된지 18년만인 올 1월에야 신분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나마 황씨는 태어날 때 출생신고가 돼 있었기 때
지난해 6월 전라남도 보성군 한 마을. 길거리를 떠돌던 노숙인 김모씨(57)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노숙인 재활시설인 해남희망원에 입소했다. 시설에서 김씨의 신상을 물었지만 김씨는 자신과 부모의 이름, 생사여부, 출생지 등을 전혀 몰랐다. 김씨는 인지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었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해남희망원은 김씨와 함께 경찰서에 찾아가 신분조회를 요구했다. 경찰에서 김씨의 지문을 이용해 신원조회를 시도했지만 김씨와 같은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실종신고도 없었다. 김씨는 공식적인 신분이 없는 '무적자'(無籍者)였다. 김씨는 올해 초 해남희망원과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성(姓)·본(本)과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소송으로 57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태어날 때부터 출생신고가 안 되거나 가족관계등록부가 없이 살아온 무적자들도 적지 않다. 이 땅에 살고 있지만 국민의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유령국민인 셈이다. 주요 사회 보장 보험, 기초생활수급비 등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손항배씨(73)는 16년 전 아들 인성씨(실종 당시 30세)가 실종된 날을 떠올리면 화가 치민다. 손씨는 2002년 4월12일 아들이 경기 안산 자택에서 출근하겠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흘째 연락이 두절 되자 곧바로 경찰서를 찾았다. 아들이 연락 없이 사라졌으니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거절했다. 성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손씨는 눈에 보이는 경찰서마다 찾아가 위치추적을 요청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단순 가출일 수 있어 수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손씨는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만 해줬다면 혹시 잘못됐더라도 시신이라도 찾았을 텐데 원망스럽다"며 "(그때 생각만 하면) 경찰서를 부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아들 인성씨는 학창시절 속 한 번 썩인 적 없었다. 월급날이면 부모님 선물도 살뜰히 챙기던 효자였다. 손씨는 "요즘 남의 아들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볼 때, 젊은 아빠가 아이와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 아들(인성씨) 생각이 많이 난
#A씨는 B씨과 여섯달을 만나다 헤어졌다. 성격 차이 때문이었다. 약 1년반이 지난 어느 날, A씨는 B씨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한 아이를 안고 나온 B씨는 헤어진 후 A씨의 아이를 낳았다며 잠시만 아이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 후 B씨는 연락이 두절됐다.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딸인 것을 확인한 A씨는 출생신고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A씨는 아이의 엄마인 B씨에 대해 이름 말곤 아는 게 없었다. 과연 B씨는 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11월18일까진 불가능했지만, 그 이후엔 가능해졌다. 이른바 '사랑이법'으로 불리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그전까지 미혼부는 생모의 이름, 주민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모르면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생모가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생신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