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판사 천태만상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사법 농단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불성실하고 고압적인 일부 ‘불량판사’들에 대한 얘기다. 사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처리하는 판사도 적잖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직접 법정을 찾아가 이런 ‘불량판사’들의 모습을 취재해 가감 없이 전달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봤다.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사법 농단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불성실하고 고압적인 일부 ‘불량판사’들에 대한 얘기다. 사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처리하는 판사도 적잖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직접 법정을 찾아가 이런 ‘불량판사’들의 모습을 취재해 가감 없이 전달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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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 묻는 말에나 답하세요. 원고가 피고한테 자재를 공급하고 456만원을 피고에게서 받는 건 어떠세요? 피고 : 그걸 다시 팔지 못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요? 판사 : (말을 끊으며) 됐어요. 팔든 못 팔든 알아서 하세요. 딴 얘기할 필요 없어요. (중간 생략) 피고가 원고에게 줘야 할 부당이득금은 250만원으로 하시죠. 얘기는 더 하지 마세요. 양쪽 동의하면 이대로 진행하고, 동의 안하면 판결하겠습니다. 원고·피고 모두 : 동의 안합니다. 왜냐면... 판사 : (말을 끊으며) 이유 설명 안해도 됩니다. 결심(변론 종결)하고 나중에 판결합니다. (원고·피고가 말을 하려고 하자) 그만 하세요. 그 정도로 하세요. 최고 기온이 37도에 육박한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 소액재판에서 판사와 원고·피고 사이에 오간 대화다. 원고가 600만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판사는 처음에 456만원의 배상액을 인정했다. 그러다 돌연 "원고·피고 둘 다 과실이 있다"며 윽박질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 재판의 항소심(2심)은 변론이 단 한 번만 열리고 바로 선고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선고도 대부분 원심대로 나온다. 1심 판결을 뒤집으려면 수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해야 하고 판결문도 처음부터 다 새로 써야 하는데, 판사들이 그걸 귀찮아 하는 것 같다." 서울의 한 중견로펌 소속 A변호사의 하소연이다. A변호사는 "대개 소액재판의 판결문은 사실이나 쌍방 주장을 나열하지 않고 원고 승·패소에 대한 주문 한줄만 담긴다"며 "이 때문에 항소를 하려고 해도 왜 패소했는지 몰라 항소 이유서를 쓰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그렇게 항소를 해도 판사가 재판을 대충 끝내면 맥이 빠진다"고 했다. ◇무조건 '항소 기각' 판결 내리는 판사 소송가액이 작다고 억울함이 덜한 건 아니다. 금액이 크지 않은데도 소송비용을 감수하면서 항소심까지 갔다면 그만큼 절박하단 얘기다. 그런데 판사가 제대로 얘기도 들어주지 않고 곧장 원심대로 판결을 내리면 심정이 어떨까? 문제는 소액사건 또는 민
재판은 결과뿐 아니라 절차도 공정해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러 사람의 감시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법정 문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 일부 예외를 빼면 누구나 법정에 들어와 전혀 모르는 남의 재판을 방청할 수 있고,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막무가내식으로 '원님 재판'을 하는 '불량 판사'들의 행태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펴낸 '법관 문제사례' 보고서에서 따르면 당사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본인의 편의를 위해 조정을 강요하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 제보에 따르면 A판사는 조정을 강요하다 통하지 않자 "내 생각대로 판결하겠으니 항소하라"면서 변론을 종결했다. 변호사가 A판사를 설득하기 위해 증거를 제시했지만 A판사는 "푸흡"이라며 비웃는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당사자들이 조정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사건은 결국 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사건을 제보한 변호사는 "본인 생각대로 판결을 할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을 빠뜨리는 등 꼭 지켜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대법원에서 판결이 파기환송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판사도 사람이기에 실수는 할 수는 있지만, 재판을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셈이다. 2015년 11월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4억원대 게임머니를 불법 판매한 혐의(게임산업진흥법 위반)로 기소된 최모씨(46)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재판이 파기환송된 건 하급심 법원의 실수 때문이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재판장을 제외한 법관 2명만 서명 날인해 위법하다"며 "상고 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의 서명날인을 해야 하며 재판장이 서명날인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법관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하도록 돼 있다. 서명날인이 없는 재판서에 의한 판결은
판사의 합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성' 판결로 배상액을 깎고, 쟁점이 있어도 1회 변론만으로 선고하고, 당사자의 발언을 막무가내로 가로막고···. 이른바 '불량판사'들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런 불량판사들의 문제를 오로지 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보니 판사 입장에선 사건을 합의 또는 조정으로 처리하거나 절차를 줄여 빨리 마무리하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 소속된 판사는 약 400명에 이르지만 민·형사 단독재판을 맡은 판사의 수는 각각 62명, 20명에 그친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민사단독 사건은 31만9700여건, 형사단독 사건은 1만7700여건에 이른다. 민사단독 및 형사단독 판사 한명에게 접수되는 사건이 각각 연 평균 5156건, 888건에 달한다는 얘기다. 민사단독 판사의 경우 하루 20건 꼴이다. 이에 따른 법원의 사건 적체 문제를 해결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