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출연금 출혈경쟁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세출을 관리하는 금고가 은행간 ‘쩐의 전쟁’이 되고 있다. 출연금을 많이 써내는 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지자체 예산을 은행 돈으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한지, 출연금이 다른 지역 은행 고객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아닌지, 거액을 싸들고 금고를 달라는 은행의 속사정은 뭔지 살펴봤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세출을 관리하는 금고가 은행간 ‘쩐의 전쟁’이 되고 있다. 출연금을 많이 써내는 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지자체 예산을 은행 돈으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한지, 출연금이 다른 지역 은행 고객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아닌지, 거액을 싸들고 금고를 달라는 은행의 속사정은 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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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개 은행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의 금고를 운영하는 대가로 해당 기관에 퍼부은 돈이 4년6개월간 8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초대형 금고지기가 새로 뽑히면서 출연금이 폭등한 탓에 내년에는 한 해에만 3000억원 넘는 출연금 ‘퍼주기’가 확실시된다. 불을 보듯 뻔한 ‘역마진’에 상호 비방까지 겹치는 등 시장이 혼탁해졌지만 기관의 금고 유치를 위한 출연금 경쟁은 은행간 자존심 싸움으로 어느 한 곳도 멈추지 않는 ‘치킨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3일 머니투데이가 전국은행연합회 및 각 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된 주요 6개 은행(우리·NH농협·신한·KEB하나·IBK기업·KB국민은행)의 출연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근 4년6개월 동안 지급된 각종 출연금 규모는 총 79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3월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각 은행은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한 금액의 합계가 10억원 넘을 때마다 출연금을 지급받은 거래 상대방의 업종, 지급목적, 액수
지방자치단체는 금고 선정에 따라 은행에서 받는 출연금을 각종 사업에 사용한다. 지자체 재정을 금고 선정의 대가가 돼버린 은행 출연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은행은 전국 여러 곳에서 돈을 버는데 특정 지자체에 거액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이 지자체 금고 선정에 따라 지급하는 출연금의 공식 명칭은 ‘협력사업비’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금고 약정에 따른 협력사업비를 지방재정법에 따라 세입예산으로 편성하고 모두 현금으로 받도록 했다. 금고은행의 지자체와 협력사업계획은 금고 지정의 평가기준 중 하나로 행안부가 인정하는 사안이고 출연금은 이 협력사업을 위한 돈인 셈이다. 예규에 따르면 출연금은 금고 약정 후 30일 이내에 총액을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시금고를 선정한 서울시와 인천시는 시금고 은행 2곳으로부터 2019년부터 4년간 각각 4115억원, 1342억원의 출연금을 받는다고 공개했다. 세출예산에 편성하는 경우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하
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내야 하는데도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명예’와 ‘실리’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어서다. 다만 출연금이 과도한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 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4년간 매년 수천억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지자체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예치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고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관리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도움을 받는다.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도 우선 참여할 길이 열리고 공무원과 가족을 비롯해 산하기관까지 잠재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금고 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자체 금고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금고의 경우 올해 세입규모가 34조원, 공무원 수는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장학재단, 서울문화재단 등 산하 공사 및 출연기관 20여곳과 직원들에게도 연계영업이 가능하다. 또 ‘한국 최대 지자체
지방자치단체 금고 은행에 선정되기 위한 은행권의 출혈경쟁을 막으려면 금고 선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등 기관의 금고 선정 기준에서 출연금 관련 항목의 비중을 줄이거나 금고 교체 시기를 현재보다 늘리는 방법이 거론된다. 지자체가 금고 선정 후 평가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일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기준’은 크게 6가지 항목이다.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 △지자체에 대한 예금·대출금리(15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9점) △기타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9점) 등이다. 서울시와 인천시도 금고 선정시 항목별 배점을 소폭 조정했을 뿐 이 예규를 따랐다. 은행 출연금은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내 소항목인 ‘지역사회 기여실적’(5점)으로 평가된다. 배점이 적은 편이지만 다른 항목의
NH농협은행은 지방 시금고의 강자로 꼽힌다. 출연금보다는 지역을 진정으로 위한다는 믿음을 지방자치단체에 준 결과다. 농협은행은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금고 중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세종 등 10곳의 1금고(일반회계)다. 2금고(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14개 광역시·도금고를 확보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강점은 기초자치단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82개 군금고는 농협은행이 싹쓸이 했고 75개 지방 시금고의 90% 이상이 농협은행 차지다. 농협은행이 지방 지자체의 시금고에서 강점을 보이는 건 농협은행이 금융권 최대 영업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농협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1150개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다. 특히 지역 농협 4680개의 영업점에서도 농협은행의 서비스를 거의 대부분 이용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의 영업망은 5800여개에 이른다. 특히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은 영업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