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은행들의 '쩐의 전쟁']<4>100점 중 5점지만 변별력 갖춘 상수…"배점 줄이고 연장계약 허용해야"
지방자치단체 금고 은행에 선정되기 위한 은행권의 출혈경쟁을 막으려면 금고 선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등 기관의 금고 선정 기준에서 출연금 관련 항목의 비중을 줄이거나 금고 교체 시기를 현재보다 늘리는 방법이 거론된다. 지자체가 금고 선정 후 평가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일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기준’은 크게 6가지 항목이다.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 △지자체에 대한 예금·대출금리(15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9점) △기타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9점) 등이다. 서울시와 인천시도 금고 선정시 항목별 배점을 소폭 조정했을 뿐 이 예규를 따랐다.

은행 출연금은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내 소항목인 ‘지역사회 기여실적’(5점)으로 평가된다. 배점이 적은 편이지만 다른 항목의 변별력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연금이 금고 은행 선정의 ‘상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배점이 가장 높은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의 경우 신용평가사 등급, 총자본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자기자본이익률 등을 평가하는데 주요 은행 모두 ‘만점’에 가깝다.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도 주요 은행의 경우 서울, 인천 등 대도시는 물론 지역 주요 거점마다 영업점을 갖추고 있어 편차가 적다. 전산시스템을 높게 평가하는 ‘금고 관리능력’도 큰 사고만 없었다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결국 쟁점은 은행 수익성과 연결되는 금리 및 출연금으로 귀결된다.
출연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올초 행안부에 ‘지역사회 기여실적’의 배점(5점)을 낮추도록 권고했다. 당시 권익위는 은행권의 서울시금고 경쟁에 대해 “지역사회 기여 항목이 은행간 출연금 경쟁과 기부금품 요구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권익위는 지자체가 외부 물품을 제공하거나 공사업체를 선정할 때는 지역사회 기여실적을 평가하지 않으면서 금고 은행을 선정할 때만 평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은행권 일각에선 지자체가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불필요한 논란이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제기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들 말대로 출연금이 선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면 선정 후 항목별 채점 결과를 공개해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는지 알리고 잘못 평가했다면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게 과당경쟁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점 방지, 공정 경쟁의 취지로 은행간 경쟁을 독려한 현재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을 손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7월 개정 당시에는 일부 조건에 한해 허용하던 수의계약을 금지하고 공개입찰로 전환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은행의 영업 건전성 훼손을 우려할 정도로 과당경쟁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한 만큼 기준을 재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자들의 PICK!
여효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요 외국의 금고제도 운영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성공적으로 유지되는 은행 관계는 주민들의 납세 편의성 차원에서도 자주 교체할 필요성이 떨어지고 계약 연장을 보장하지 않는 너무 짧은 약정기간은 은행간 지나친 경쟁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을시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