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1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재료를 무기화하면서 기습적인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년이 됐다. 사태 초반의 우려와 달리 일본의 강공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일본이 추가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1년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고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본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재료를 무기화하면서 기습적인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년이 됐다. 사태 초반의 우려와 달리 일본의 강공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일본이 추가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1년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고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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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 규제 조치는 한국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 공급처 다변화와 국산화 등을 발빠르게 추진하며 피해를 최소화했고 정부도 예산, 세제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 주효한 모양새다. 일본은 지난해 7월2일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 폴리이미드 등 첨단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들 3개 소재는 그동안 일본 소재업체에서 한국기업에 수출할 때 한 번만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3년 동안 개별계약에 대한 심사를 면제받았던 품목이다. 하지만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건별로 제품명, 판매처, 수량 등을 기재한 계약서는 물론, 사용용도와 한국 수입처의 실체 여부 등을 확인·증명하는 관련 서류를 경제산업성에서 하나하나 심사한다. ━급소 맞았지만, 침착한 대응...1년간 국산화·다변화 성과━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은 허둥
"일본은 반도체 등 우리 첨단산업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싶었겠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핵심품목에 대한 공급안정은 확실히 성과를 거뒀고 오히려 글로벌 기업의 국내 투자가 구체화됐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사진)은 25일 머니투데이와 전화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온 지난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강 실장은 지난해 7월1일 일본이 발표한 기습적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와 수입국 다변화 정책 마련을 총괄한 인물이다. 소부장 경쟁력강화대책, 소부장 특별법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강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가 전격적으로 이뤄져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였지만 정부와 기업, 국회간 협업을 통해 핵심품목 공급안정화에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일본 규제 품목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3대 품목의 경우 공급에 전혀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벨기에 등 조달처를 확보
"한번 뺏긴 것을 되찾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지난 5월 일본 내 불화수소 업체 모리타화학공업의 한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에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수출 관리 엄격화)로 한국향 판매가 30% 가량 감소세를 보인데 따른 불만이었다. 일본 내에서조차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일본에 더 큰 타격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日 5월 한국향 화학제품 수출 '뚝'…실적 악화로 日 기업들 잇단 '불만'━26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적용을 받는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제품' 항목의 지난달(5월) 한국향 수출액은 715억4600만엔(약 8008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낮아졌다. 코로나19를 감안해 전세계향 수출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화학제품의 5월 전세계 수출액이 6161억 4300만엔(약6조8962억원)으로 7.0%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감소폭이 더 컸다. 특히 해당 항목은 일본의 한국향 수출
"아베는 잠자고 있는 우리를 깨운 스승입니다."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극동대 석좌교수)은 아베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바꿨다고 단언했다. 노 회장은 지난 26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아베 정부의 공격으로 1년 전 촉발된 반도체 수출규제는 '메모리 강국'이란 단잠에 취해있던 우리 기업, 정부, 국민들을 모두 변화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회장은 "역사 속에서 보면 진정한 스승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며 때론 전쟁의 적장이나 역병의 모습으로 오기도 한다"며 "우리 반도체 산업에 일본이 공격할 급소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그로 인해 국산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큰 교훈"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2018년 말 발족한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수장을 맡아 '세계 반도체 1위 국가'라는 간판에 가려져 있는 후진적 소재·장비·부품산업 육성과 반도체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아베 정부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기습적 수출 규제 단행이 1년을 맞은 가운데 일본 기업이 오히려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감소와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일본이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지난해 징용판결 맞대응으로 수출규제를 택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최근 일본 도쿄신문은 "(수출규제가)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업계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이어 "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응해 경제의 급소를 찌르는 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일 관계가 꼬인 영향은 크다"면서 "아베 정권은 수출관리와 징용공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한국이 수출관리 제도의 미비점을 바로 잡았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구매담당 A전무는 지난해 이맘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1년 전 주말이었던 6월30일 산케이신문의 보도로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방침이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내부검토 결과 최악의 경우 3개월 안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보고됐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묶은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불화 폴리이미드는 그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였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보고를 받자마자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A전무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차질 없이 라인 가동을 유지하느냐가 당시 최대 현안이었다"며 "1년만에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이만큼 국산화 성과까지 거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난 1년 동안의 적극적인 국산화와 공급 다변화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일본이 잠자고 있던 한국을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