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영 케어러
혼자서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 지쳐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청년간병인 비극'은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동시에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영 케어러(가족돌봄청소년·청년)'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학업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이들에겐 당장 손에 잡히는 지원이 절실하다. 영 케어러가 마주한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짚어봤다.
혼자서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 지쳐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청년간병인 비극'은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동시에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영 케어러(가족돌봄청소년·청년)'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학업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이들에겐 당장 손에 잡히는 지원이 절실하다. 영 케어러가 마주한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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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무거운 짐을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히고 짓눌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며 살고 있는 노모씨(25)는 15년이 넘는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노씨는 "홀로 어머니를 돌봐야 했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며 "하지만 누구에도 이 상황을 말할 수 없었고, 말하더라도 진정으로 이해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뗐다. 때론 어머니의 병환이 인생의 약점이 될 것이란 생각에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의 병을 지켜보는 것조차 힘든데 숨 돌릴 곳조차 없었다"고도 털어놨다. 노씨와 같이 늙고 병든 부모나 조부모를 홀로 부양하는 청소년이나 청년을 '영 케어러(Young carer)'라 부른다. 지난해 대구의 20대 청년이 홀로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다 돌봄을 포기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노씨가 어머니와 둘이 남겨지게 된 건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다. 노씨는 "초
"얼굴만 보면 아직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라 해맑은 모습이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의젓함이 느껴집니다." 지난 10개월간 '영 케어러(Young Carer)'들을 만나온 서울 서대문구의 사회복지사 손지윤씨(29)는 현장에서 홀로 부모나 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영케어러들을 만났을 때 어떠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미래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안쓰러워했다. 손씨가 접한 대부분의 영 케어러들은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어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과 함께 의료·교육비 등 경제적 어려움이 대표적이다. 그는 "아직 가족의 돌봄이 필요한 청년들이 오히려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누군가의 도움이 없어 막막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영 케어러' 18~29만 예상…학업 중단 등 어려움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청년 간병인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영 케어러(Young Carer·늙고 병든 부모나 조부모를 홀로 부양하는 청소년이나 청년)를 지원하는 전 세계 주요국들의 정책은 또래 청소년·청년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발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돼 있다.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안전 속에서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게 핵심이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해외 영 케어러 지원 제도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법률(2014년 아동 및 가족법)로 영 케어러를 '가족 내 성인 및 아동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18세 미만의 자'로 규정하고 있다. 18~24세의 후기청소년은 영 어덜트 케어러(Young Adult Carer)로 분류한다. 이 법률에 따라 영국 지방정부는 도움이 필요한 영 케어러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반드시 기울여야 한다. 또 영국은 만 16세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주당 최소 35시간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에게 간병인 수당(Carer Allowance)을
한국에서도 늙고 병든 부모나 조부모를 홀로 부양하는 청소년·청년인 '영 케어러(Young Carer)'가 주변에 많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정책적 인지는 부족하다. 영 케어러들의 돌봄 역할 수행 기한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기 영 케어러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범부처 차원에서 처음으로 영 케어러 대책 수립에 나섰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청년센터·병원 등 기존 시스템을 통해 만 34세까지 지원 대상자를 발굴하고 관련 지원 및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발굴된 가족 돌봄 청년은 기존의 제도를 몰라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5월부터 각각의 상황에 맞는 돌봄·생계·의료·학습지원 제도를 안내·연계한다. 신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원대책은 가족 돌봄 청년 지원 '선도 지자체'의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살펴보고 전국으로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