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53년 기준을 묻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총 5 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값진 금메달을 수확한 야구·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과 행동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정치권에선 개별 선수의 실언 여부를 떠나 50년 넘게 이어진 병역특례의 기준과 목적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에는 예술·체육요원과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등 병역특례 제도를 손질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돼 있다. 예술·체육요원이 대체복무 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릴 경우 기여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함께 비수도권 기업의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활용 범위를 넓히는 법안도 국회에 올라와 있다. 같은 병역특례 제도를 두고도 대체복무 분야에 따라 제도 개선 방향이 갈린 셈이다. 스포츠 선수의 병역특례 논란은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반복돼 왔다. 현행 병역법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일정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의 기회를 준다.
22대 국회에는 현행 병역특례 관련 제도를 손질하기 위한 병역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돼 계류 중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체복무 분야에 따라 해법이 갈린다. 요컨대, 예술·체육 분야에선 병역 혜택을 축소하거나 복무 책임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산업·연구 분야에선 비수도권 인력난과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많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병역특례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 논쟁이 꼽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BTS 멤버들의 입대를 앞두고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그러나 병역의 공정성과 기존 순수예술·체육 분야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2022년 BTS가 맏형 진(김석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스포츠 분야에서 병역특례가 특혜 논란으로 번지는 것과 별개로 산업계에서는 관련 제도를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전문인력 확보가 곧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과거와 다른 전향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등은 모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병역특례 제도 확대를 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우선 대기업들은 석·박사급 인력이 기업 연구기관 등에서 군복무를 대체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 이차전지, 로봇 등) 분야에서만이라도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해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대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병역법 등 관련 법령 개정으로 2013년부터 병무청이 대기업에 신규 인원 배정을 중단했다. 2021년부터는 중소·중견기업에 일정 기간 복무 후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도 금지됐다. 현실적으로 중소·중견기업 부설연구소는 연구조직이 실무·현장 지원 중심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부설연구소 연구인력 19만4536명 중 박사는 5.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시작됐다. 국위를 선양하고 문화·체육 발전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후 국제대회 성적과 사회적 논란 등에 따라 대상과 기준이 수차례 바뀌었다. 6일 병무청에 따르면, 예술요원 선정 기준은 제도 도입 이후 10차례 변경됐다. 1973년에는 국제 규모 음악경연대회에서 2회 이상 우승하거나 준우승한 경우가 대상이었다. 이후 인정 범위가 확대됐다가 다시 축소되는 과정을 거쳤다. 2008년에는 음악·무용 등 약 150개에 달하던 인정 대회를 정비했고, 이후 대상 대회를 지속적으로 줄여 현재는 35개 대회로 축소됐다. 체육요원 기준은 국제대회와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더욱 큰 변화를 겪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올림픽·세계선수권·유니버시아드·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3위 이상을 기록하면 특례 대상이 됐다. 한국체육대학교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인 경우에도 대상에 포함됐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재점화한 병역특례 논란은 결국 국가가 어떤 성과를 인정하고, 누구의 경력을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와 일부 국내예술경연대회 입상자, 일정 자격을 갖춘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34개월 동안 본인 종목에서 활동하면서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법적으로 '면제'는 아니지만 선수나 예술가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력 보호의 효과가 있다. 문제는 특정 대회와 순위를 기준으로 삼는 현행 제도가 왜 해당 성과를 병역특례의 근거로 인정하는지까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을 명목으로 도입된 뒤 시대 변화에 따라 현재의 기준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종목이 e스포츠 등으로 확대되면서 이들을 체육요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