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여직원 "화장이요? 꿈도 못 꿔요"

매그나칩 여직원 "화장이요? 꿈도 못 꿔요"

박준식 기자
2006.06.22 09:05

[르포]청주 매그나칩반도체 공장을 가다

"화장이요? 꿈도 못 꿔요"

당연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웃음짓는다. 공장에 들어선 이후 만난 여직원들은 모두 화장기없는 자연미인. 시쳇말로 '쌩얼(맨 얼굴)'이다. 꾸밈없이 웃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지난 14일 청주 매그나칩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직원들은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화장품 파우더는 먼지보다 크다. 그래서 '수율의 적'이다. 여직원들은 스무살의 많은 날들을 화장도 못해보고 보낸다. 그러나 '산업의 쌀' 반도체를 생산해 낸다는 프로의식이 더 크다.

청주 공장은 연구개발 기능을 가진 심장부에 해당한다. 이곳에는 본관 R(연구동)동과 3개의 반도체 제조라인을 갖춘 C1, C2동이 있다. 이 라인들에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와 CIS(시모스이미지센서)가 생산된다. 이중 생산중심의 C2동 팹5에 들어갔다.

▲청주 매그나칩반도체 공장의 전경모습 ⓒ매그나칩반도체 제공
▲청주 매그나칩반도체 공장의 전경모습 ⓒ매그나칩반도체 제공

이 곳에선 8인치(200㎜)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사용해 비메모리 칩을 제조한다. 0.18∼0.13미크론(㎛) 공정기술을 보유해 회사내 공장 가운데 가장 앞섰다. 팹5에선 자체 기술로 개발한 200만 화소급 CIS가 한창 양산되고 있다.

▲자동화설비도 사람의 제어가 필요하다
▲자동화설비도 사람의 제어가 필요하다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 철저히 방진작업에 협조했다. 이들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 먼저 방진복과 겉장갑, 속장갑을 착용했다. 방진화를 신고 손을 씻기 시작했다. 손이 더러울까봐 평소보다 '뽀득뽀득' 문질렀다.

안내를 맡은 이봉주 생산관리팀 파트리더(차장)가 웃으며 "이제 됐다"고 말렸다. 마스크를 입주변에 덧대고 헤어캡을 썼다. "잘 어울리시네요." 미용실에서 퍼머캡을 한 듯한 모습에 이 차장이 조크를 던졌다. 긴장이 녹아내린다.

에어샤워를 마치고 처음 들어선 곳은 '옐로우 존'. 조명이 노란 빛깔을 띄는 영역이다. 이 구역에선 대부분의 포토 공정이 이뤄진다.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빛의 간섭을 배제할 조명시설이 필요하다.

조명 때문에 색깔 구분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정밀한 전선 연결작업이라 실수가 있을 듯 했다. 이 차장은 "최근에는 장비 기계의 자동화 추세가 빠르다"며 "숙련도 역시 향상돼 수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설치된 최신 설비는 사람 손이 덜 타도록 기능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다.

20여분 만에 화이트 존으로 이동했다. 포토공정 구역보다는 행동이 자유롭다. 회로선이 이미 그려진 웨이퍼가 장비 내에서 이동하기 때문. 긴장을 늦추자 이내 땀이 나기 시작했다. 입고 있던 방진복이 답답했다. 행동에 제약이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을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매그나칩반도체 직원들이 계측기를 통해 불량품을 걸러내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 직원들이 계측기를 통해 불량품을 걸러내고 있다

클린룸 내부는 대기보다 1기압 정도가 높다. 이 때문에 일반 작업장보다 피로가 빨리온다. 이 차장은 "장갑을 낀 손의 촉감이 둔해져 작업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작은 부품을 다룰 때 정밀작업을 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한민족 특유의 손놀림이 있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수율'을 가능케 한다는 것. 젓가락질에 익숙한 전통문화가 '반도체 강국'의 비결이란 말이다.

이 공장 한개층의 길이는 120m, 폭은 26m다. 이 한층에서만 5개의 모듈공정이 이뤄진다. 처음은 STI 모듈공정으로 시작된다. N모스와 T모스를 가려낸다. 이후 전력선 통로를 만들 FG(First Gate)공정이 이어진다.

다음 살리사이드 공정은 매그나칩이 특허를 보유한 공정이다. 저항을 낮추기 위해 일부 전극에 실리사이드를 동시에 형성하는 방법이다. 더 쉽게는 실리콘 기판 상에 얇은 산화막을 입히고 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실리콘 웨이퍼의 모습
▲실리콘 웨이퍼의 모습

이후 증착(컨텍)공정과 웨이퍼에 알루미늄을 다시 증착하는 메탈공정을 하게 된다. 제품구실을 하게 되면 윗층으로 옮겨져 2개 공정을 더 거친다. 우선 패키지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마지막 불량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 완제품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같은 7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TAT, 즉 턴어라운드 타임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에 보통 30일이 걸린다.

하지만 큰 분류의 공정이 7개일 뿐 세부공정(스텝)은 380개에 달한다. 예컨대 포토공정 내에도 3개의 작은 공정이 있다. 감광물질을 입히고(PR) 빛을 쬐고(노출), 노출부분을 제거(현상)해내야 한다. 초창기에는 이 부분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강국답게 대부분 자동화를 이뤄가고 있다.

클린룸 출입 직원들은 4조 3교대로 일한다. 작업환경과 형태상 업무로 인한 피로가 크기 때문에 6일을 근무하면 이틀은 쉬어야 한다. 1시간 남짓 클린룸 체험을 하고 마스크를 벗자 살 것 같았다. 갑갑함에서 오는 피로도가 상당했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공간에서 일하는 게 쉽진 않죠"라며 너털웃음을 보이는 직원들이 새삼 달라보였다.

▲자동화설비로 인해 불량률이 크게 개선됐다
▲자동화설비로 인해 불량률이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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