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차 노조 파업 현장을 가다
현대차 부품협력사가 밀집해 있는 울산 효문공단에 공장 돌아가는 소리가 끊겼다. 인적도 드물었다.
20일 자동차 배기제품을 생산해 현대차에 납품하는 한 업체에 들렀다. 이 업체는 이날 공장 가동을 완전 멈췄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직원을 출근시켜 오전 2시간 조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허드렛일을 시켰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업체 공장장은 "연장근무가 3시간을 합쳐 총 11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현재 조업을 완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후 2시 종업원들이 북적대야 하는 공장 내부에는 이 공장장 외에는 한 명의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주에는 직원들을 출근시켜 2시간이라도 일을 시켰지만 오늘 내일은 일이 없어 집에서 쉬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주에도 파업이 끝나지 않는다면 공장은 계속 멈출 수밖에 없다"면서 "기본급의 70%만 지급할 생각인데 이마저도 잘 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기업이 잘 굴러가야 우리 같은 협력업체가 살 길이 생긴다"면서 "하루빨리 현대차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현대차 노조의 장기 파업 때문이다. 현대차의 직접적인 피해는 두말할 것도 없고 협력업체들도 아우성이다.
실제 현대차와 생산 연동 시스템(JIT)을 갖춘 70여 개 협력업체들은 현대차가 파업을 시작하자 마자 조업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의 부분파업이 열흘을 넘긴 지난주초부터는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이 조업시간을 단축한 실정이다.
지역 민심은 노조에 등을 돌린 지 오래지만 노조가 언제쯤 파업의 깃발을 내릴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파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울산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파업으로 현대차 종업원들이 공장을 비우고 1,2,3차 협력업체마저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한 상태여서 파업 여파는 울산 전체로 번지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대차 파업에 의한 생산, 수출, 소비 감소로 지역 경제가 심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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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울산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약 1/4이 현대차에서 근무중이며 지역 생산액과 수출액에서는 각각 21%, 27%를 차지한다.
또 현대자동차 종업원 수는 2만7000명에 달한다.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1차 협력업체 수는 울산 지역에만 40여개 사다. 2,3차 협력업체 수를 포함하면 총 500여 개에 달한다. 이번 파업으로 약 7만3000명이 일손을 거의 놓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원들이 오전 중에 잠시 조업을 하고 귀가하면 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쉬거나 울산 밖으로 빠져나간다"면서 "협력업체 직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울산에서의 소비 위축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현대차노조 지원 차원에서 백화점과 할인점 이용중단, 회식중단 등의 `소비파업'을 벌이겠다고 며칠 전 발표해 실행하자 울산 경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재래시장, 영세상인들의 원성을 사자 이를 유보했지만 파업을 비난하는 민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울산 소상공연합회 이상희 회장은 "파업을 비난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불만을 소비파업을 통해 표출하고자 했지만 실익은 거의 없이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노조의 오만함만 보이고 말았다"고 노조의 행태를 꼬집었다.

지난 10일 '파업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울산 기업사랑실천범시민협의회에서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회장은 울산시민들은 현대차 노조에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울산시민들은 노동운동이라면 진절머리를 낸다"며 "눈만 뜨면 파업을 해대니까 노조 운동을 곱게 볼 시민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이어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울산에서 참패한 결과를 민심이반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북구와 동구에서 민노당이 졌다"면서 "노동자들이 정신 차리고 참는 미덕도 보여달라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파업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도 "지난 수년 간 노동계에 시민들이 알게 모르게 힘을 실어줬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파업과 경제적 불황뿐이었다"면서 "현재 시민들은 이 부분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부른 소수가 배고픈 여럿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파업 때문에 애꿎은 협력업체 직원만 일없이 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