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은 인권의 역습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할 균형잡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할 균형잡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총 8 건
"'인권의 균형점'이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교권과 학생 인권, 공익과 개인의 자유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 곳곳에서 인권의 균형점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을'의 권리를 보장하려던 사회적 시도가 오히려 공동체의 울타리를 위협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반성이다. 논의의 방아쇠를 당긴 서이초 사건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실제 이유가 무엇인지와 별도로 교권과 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로 옮겨붙은 지 오래다. 번화가에서 잇따라 발생한 흉기 난동은 불심검문 강화와 흉악범죄에 대한 총기 대응 확대를 넘어 공권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인권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어느 순간 한쪽으로 쏠린 인권 논의의 반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권 침해를 들이대는 순간 가해자마저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기묘한 상황이 오래 전부터 균형을 잃은 우리 사회 인권의 한계를 노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 단체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분당 서현역에서 '묻지마 칼부림'으로 사망 1명, 부상 13명의 피해를 준 최원종이 2020년 '분열성 성격장애'로 진단받았지만 치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의료계는 "강제(비자의적) 입원을 강화해서라도 정신질환부터 치료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치료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신질환자 단체에선 "강제 입원이야말로 환자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9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문턱이 높아지면서 강제 입원 비율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당시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핵심은 '강제 입원 문턱의 완화'다. 가장 흔한 강제 입원인 보호입원의 경우 기존엔 보호의무자(직계혈족·배우자)가 신청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교권 추락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은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를 손보기로 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학생(학교)인권조례를 시행하는 곳은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충남, 광주, 전북, 제주 등 7곳이다. 이 중 개정 검토 의사를 밝힌 곳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등이다. 인천은 '학교구성원인권조례'로 명칭을 바꿨다. 세부적인 내용은 시·도 별로 차이가 있으나 학생의 사생활 보장, 체벌 금지 등이 핵심 조항이다. 인권조례는 과거 폭력적이고 수직적인 사제 관계에서 벗어나 학생의 인권을 대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학생이 욕설과 폭행을 하는 것도 교사들이 수인해야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교육부가 지난 3일 공개한 교원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3개 복수선택
최근 인권을 앞세워 권리를 남용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이 같은 분위기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보다는 개인의 기본권이 무조건적으로 우선돼야 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일부에게 줘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찰의 검문검색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이다. 2010년 인권위는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지 않은 불심검문은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고, 이후 한동안 불심검문을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경찰에서는 "현장의 급박함을 고려하지 않은 인권위 권고로 경찰 치안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흉기 난동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사라진 것이나 다름 아니었다. 최근 들어 불상사가 이어져 공중의 불안감을 커지자 경찰은 사람이 모이는 지역에서 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자에 한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별적 검문검색'(불심검문)을 재개했다. ━자신을 때리려 했던 취객 체포한 경찰…인권위 "인권침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경찰이 피의자 조선(33)을 체포한 상황을 담은 영상이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이 의아해 한 것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경찰이 흉기 난동 피의자에게 "칼 버리세요"라고 존댓말로 '명령'이 아닌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범인을 보자마자 바로 테이저건을 쏴서 제압한 후 검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살인범에게 존댓말을 쓰니 칼을 버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보였다" 등의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같은 비판에 경찰은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매뉴얼대로 소극적으로 진압하고 존댓말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범죄자들을 잡아야 하는 경찰들은 최근 10여년 사이 피의자 인권이 강조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토로한다. 특히 과잉 진압이라는 항의를 받으면 내부적으로는 감찰을, 외부적으로는 민형사 재판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관 A씨는 "매뉴얼에 따라 단계별로 쓸 수 있는 경찰 장비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며 "매뉴얼은 경찰 내
"평소에 교도관을 수시로 폭행하던 수도권의 한 교도소 재소자가 자해를 해서 대학병원 특실에 입원했다. 수천만원의 병원 비용이 국민 혈세로 나가게 생겼다.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가진 돈도 없고 국가가 가뒀다가 병에 걸렸으니 국가가 책임지라는 핑계로 병원비를 회피해 전국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 혈세가 악질 수용자의 병원비 지불에 소요되고 있다." 지난 3월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현직 교도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교도소 실태1'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정 교화와 인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올바른 교도소가 아닌 범죄자의 요양원·합숙소가 돼가는 현 실태를 국민에게 알려 이를 바로 잡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교도관들도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범죄자들의 인권 위주의 정책으로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재소자 인권을 강조한 정책의 부작용이 교정질서를 흔들고 있다. 인권 보호와 공무집행 권한 사이의 균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의 신상이 최근 공개됐다. 하지만 최씨가 머그샷 촬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흉악범 신상 공개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진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까지는 범죄자의 신상 정보 공개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크게 없었다. 당시에는 주요 범죄 피의자의 실명과 사진 심지어는 집 주소까지 보도했기 때문이다. 1986년 발생한 서진 룸살롱 사건이나 1994년 지존파 사건 등 과거 강력 범죄 피의자 신상이 모두 공개됐다. 현재처럼 심의를 통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신상 공개 제도는 2010년 4월 도입됐다. 이 때 이후 여러 범죄자들의 신상이 공개돼 왔으나 피의자 검거 후 찍는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2021년 사귀던 여성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준석이 유일하다. 해외에서는 유죄가 거의 확실한 강력 범죄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이유로 신상 공개를 한다. 미국은 정보
서울 신림역과 경기도 성남 서현역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국회에서 이 같은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법안 논의에 착수했다. 흉악범에 대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원이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면책권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논란 속에 미뤄졌던 사안들인데, 이번엔 법제화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지도부와 야당 일각에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무기징역)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한국이 16년째 사형제를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만큼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사형을 대체할 만한 형벌이 필요하단 취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방문해 "여당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당정에서 추진하기로 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조속히 법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