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고 소송당하는 교도관…교도소에서도 재소자는 '상전'

매맞고 소송당하는 교도관…교도소에서도 재소자는 '상전'

심재현 기자
2023.08.10 06:40

[MT리포트-균형 잃은 인권의 역습] ⑥교도관 위의 재소자…인권 앞세운 악성 민원 매년 4000건

[편집자주]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가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인권 논리를 앞세운 권리 남용에 공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공권력은 무장해제됐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할 균형잡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로교도소 교정시설 망루
구로교도소 교정시설 망루

"평소에 교도관을 수시로 폭행하던 수도권의 한 교도소 재소자가 자해를 해서 대학병원 특실에 입원했다. 수천만원의 병원 비용이 국민 혈세로 나가게 생겼다.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가진 돈도 없고 국가가 가뒀다가 병에 걸렸으니 국가가 책임지라는 핑계로 병원비를 회피해 전국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 혈세가 악질 수용자의 병원비 지불에 소요되고 있다."

지난 3월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현직 교도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교도소 실태1'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정 교화와 인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올바른 교도소가 아닌 범죄자의 요양원·합숙소가 돼가는 현 실태를 국민에게 알려 이를 바로 잡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교도관들도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범죄자들의 인권 위주의 정책으로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재소자 인권을 강조한 정책의 부작용이 교정질서를 흔들고 있다. 인권 보호와 공무집행 권한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교정질서가 취약해지고 오히려 재소자 교정·교화라는 본래의 목표도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교도관들은 업무환경 악화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재소자들이 인권을 악용하는 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하는 진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재소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한 진정 건수는 연평균 4000건이 넘는다. 3000건 수준이던 진정 건수가 2017년부터 4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대부분이 교도관 괴롭히기 성격이 짙은 진정이라는 점이 문제다. 진정이 접수되면 교도관이 소명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한 진정이 태반이다. 인권위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권고 결정을 내린 진정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0.1~0.8% 수준에 그친다.

인권위 진정을 넘어 재소자가 교도관을 고소·고발하는 사례도 매년 1500~2000건에 달한다. 교도관 10명 중 1명꼴로 고소·고발을 당하지만 대부분 무혐의나 각하 처분됐다.

교도관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재소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과 맞물려 교도관의 운신 폭은 크게 좁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교도관은 "떠드는 재소자에게 조용히 하라고 정당한 요구를 해도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넣는 식"이라고 전했다.

'매 맞는 교도관'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재소자가 교정공무원을 폭행해 형사입건된 사건은 최근 2~3년 동안 매년 100건이 넘는다. 10여년 전인 2012년 43건과 견줘 2배 이상 늘었다.

상당수 교도관이 재소자의 폭행과 고소·고발 위협에 시달리면서 교정공무원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한다는 교정본부 실태 조사도 나왔다. 2012~2021년 목숨을 잃은 교정공무원이 121명, 이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38명에 달한다.

법조계 한 인사는 "재소자들도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지만 죄지은 사람은 두 다리 뻗고 자는데 정작 피해자들의 분노를 달래줄 방법은 마땅치 않은 현실"이라며 "교도소에서도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교정·교화의 기능이 퇴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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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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