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온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2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감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외국인을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정을 나눌 이웃사촌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2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감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외국인을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정을 나눌 이웃사촌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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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의 짧은 헛기침 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이슬람 전통 모자 '쿠피'를 쓴 남성들은 한 방향으로 나란히 선 뒤 인도자의 소리에 따라 기도 자세를 바꿨다. 지난달 31일 대구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 기도실의 모습이다. 기도실 안 전자 시계에는 새벽 5시, 오후 12시45분, 오후 6시10분, 오후 7시32분, 오후 9시15분이 표시돼 있었다. 이슬람교도들의 하루 5번 기도 시간이다. 기도 시간은 해의 움직임에 따라 매일 조금씩 바뀐다. 기도실의 분위기는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경북대 캠퍼스 서문과에서 도보 5분 떨어진 기도실 인근에는 경북대로 유학하러 온 외국인 학생이 150명가량 거주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2014년 경북대 캠퍼스 서문 부근에 먼저 정착한 무슬림 유학생들이 현재 기도실로 사용 중인 주택을 매입해 7년간 사용했다. 이 기도실 바로 옆에 모스크를 올린 이슬람 사원이 지어질 예정이다. 기도실을 나오자 밖에는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에 돼지 대
"여긴 한국식당이 없어 밥 먹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 60대 남성 이모씨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를 나섰다. 친구들과 점심때 이곳을 찾았지만 내국인 이씨에게 대림은 낯설다. 중국어로 된 간판을 읽기도 어렵고, 한국어로 안내된 메뉴도 생소하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은 외국인은 늘고 내국인은 줄고 있는 동네다. 한국에 들어온 중국 동포들 이 곳에 터잡고 살아간다. 대림동 대동초등학교는 2018년에 이미 신입생 10명 중 8명이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채워졌다.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들은 한국에서 겪는 일상에서의 차별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대놓고 '중국놈, 짱깨' 등의 말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일까지는 없다고 한다. 2004년 한국에 들어와 서강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김용선 한중무역협회 대표(46)는 "10년 동안 지켜본 결과 사회적 차별의 강도는 낮아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남명자 한국범죄퇴치운동본부
"한국 사는 외국인들은 자고 일어나면 비자 걱정입니다. 전문직이든 비전문직이든 비자로 골치 아픈 건 마찬가지죠." 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응우옌 반 후이씨(가명·29)의 한국살이는 '비자와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응우옌씨는 베트남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2017년 9월 서울 소재 대학원 3곳에 동시 합격했지만 대학마다 제각각인 재정 증명 문제로 비자가 제때 나오지 않아 입학을 포기해야 했다. 6개월을 기다려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려니 다시 서류의 벽에 부딪혔다. 담당 교수와 학교 행정실의 허가가 필요했고 범죄경력 조회서를 제출해야 했다. 자국인 베트남에서 발급받고 영어나 한국어로 번역한 뒤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관의 인증을 받아야 했다. 그나마도 일주일에 최대 2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어 생활비를 충당하기 부족했다. 취업 후에도 비자 문제는 이어졌다. 유망산업 종사자, 전문직 종사자 등이 신청할 수 있는 점수제 거주 비자(F-2
강원 고성군의 통발어선 선주 최종호씨(가명)은 한국인 직원을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E-7-4(숙련기능인력) 비자 외국인을 고용하는 농축어업 업체는 국민 고용자의 30% 범위 내에서만 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배에 많이 태워야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한국인 직원이 없으면 외국인을 배에 태울 수가 없다. 최씨는 "처음에 단순근로직 E-9(비전문취업)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은 4~5년만 지나면 E-7-4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며 "E-7-4 비자 외국인을 배에 태울 때 한국 사람과 비율을 맞춰야 해서 숙련된 외국인들을 강제로 해산시켜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일하는 한국 사람 중 가장 젊은 사람이 환갑"이라며 "젊은 사람 중에 이 일 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현실은 고려 안하고 한국 사람과 비율 맞추라는 건 탁상행정 아니냐"고 했다. 최근 농어촌 지역에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가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225만명. 우리 사회는 이미 이민자 등 외국인과 함께 사는 다문화 공동체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시·군·구는 전국 228곳 중 총 86곳,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민자를 향한 인식 수준은 뒤처진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만 18세 이상 국민 1만61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인권 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주민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보는지 묻는 말에 '매우 존중된다' 또는 '존중되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은 36.2%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응답자의 88.4%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한국에 사는 이주민의 인권이 한국인과 동등하게 보장받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41.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가 이주민에
싱가포르 한 IT(정보기술) 기업에서 재직 중인 이모씨(27)는 직장생활 4년차에 연봉 1억원을 넘게 받으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대학도 싱가포르에서 나왔다. 현지 생활 7년째인 이씨는 가끔 한국이 그립지만 아직은 귀국할 생각이 전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다. 이씨는 연봉 1억2000만원의 고소득자임에도 싱가포르 정부에 세금을 1년에 800만원(6.6%)만 납부하고 있다. 이씨가 같은 연봉으로 한국에서 일했다면 세금으로 1년에 3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씨는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소득세율이 낮아 실제로 체감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글로벌 보험회사 싱가포르 지사의 경영기획실에서 일하는 이모씨(26)는 "외국인이라고 회사에서 불리한 경험을 한 적은 없다"며 "직원들은 각 능력에 따른 연봉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외국인은 넓은 식견을 갖춘 국제 인재로 평가받아 오히려 싱가포르인보다 연봉이 더 높은
최근 정부가 국내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한도를 기존보다 17배 넘게 확대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방안을 꺼냈지만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맞는 통합적인 이민정책은 아직이다. 이민논의가 외국인 인력수급에 머물기보다 국내 실정에 맞춘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이민 정책의 방향성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정·관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및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외국인력 확대 및 규제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관련 방안에는 단기비자밖에 받을 수 없는 비숙련 노동자가 현재 근무지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장기비자가 가능한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한도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5000명으로 17배 넘게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비수도권 소재 뿌리업종 중견기업과 택배업, 공항 지상조업의 상·하차 직종에 대해 고용허가제 외국인력의 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