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 환수, 타이밍에 달렸다
사기 범죄가 늘면서 피해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돈을 빼돌리기 위한 범죄수익 세탁 방법은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인력과 제도는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 범죄수익은 반드시 토해내게 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사기 범죄를 줄이는 길이다.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사기관의 노력과 제도 개선책을 살펴본다.
사기 범죄가 늘면서 피해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돈을 빼돌리기 위한 범죄수익 세탁 방법은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인력과 제도는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 범죄수익은 반드시 토해내게 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사기 범죄를 줄이는 길이다.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사기관의 노력과 제도 개선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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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시도경찰청 소속 범죄수익추적수사팀 수사관은 사기 피의자의 재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수도권의 한 주민센터에 방문했다. 해당 센터에 피의자의 가족관계증명서 제공 공문을 보냈지만 "직접 받으러 와야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받아서다. 담당 주민센터 직원을 만났지만 이 직원은 수사관에게 "번호표 뽑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다 반나절을 무의미하게 보냈다. 사기 범죄자들의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경찰들이 겪는 일상이다. 경찰은 사기 피의자가 재판을 받기전 범죄수익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자산을 동결시키는 '기소전 몰수·추징 보전'을 검찰을 통해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수익임을 입증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같은 사건인데도 피의자의 재산 종류에 따라 매번 영장을 달리 신청해야 하고, 거래 흐름을 분석하거나 소유관계를 확인하려면 매번 시청, 구청 등을 방문해 협조를 구해야 한다. 수사관들은 범죄 수익을 찾는 일 뿐만 아니라 유관기관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뭔가 이상해요." 지난해 2월 경찰은 A씨로부터 제보를 하나 받았다. 골드바를 대신 구매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는데 어딘가 의심스럽다는 내용이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가 집중 수사를 벌인 결과, 아르바이트 업체는 자금 세탁 일당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저금리 대환 대출을 미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뒤 수익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했다. 아르바이트 직원들 통장을 대포 통장으로 이용해 돈이 들어오면 골드바를 구입하게 한 뒤 2차·3차 수거책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국내 총책 황모씨 등 12명을 검거했다. ━보이스피싱 수익금 175억… 백화점 상품권으로 '자금 세탁'━ 경찰이 범죄 수익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범죄 조직들의 수익 세탁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골드바, 백화점 상품권 등을 구입하거나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등 수법이 다양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과 대만 환치기
투자전문가 행세를 하며 100여명에게 투자를 유도해 277억원을 편취한 일당의 범죄수익을 경찰이 모두 찾아 전부 동결했다. 이들은 사기로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를 서울의 고급 아파트·수입차를 구입하는데 썼지만 이것도 경찰이 모두 찾아내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묶어놨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자본시장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붙잡힌 30대 총책 A씨 등 40명의 범죄수익 277억원 전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법원 인용을 받아냈다.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이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다. A씨 일당은 사기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40억원에 이르는 서울 한남동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는가 하면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가의 수입차 7대를 구입하기도 했다. 언제든 범죄 수익을 쓰기 위해 예금 24억원을 숨겨두기도 했다. 경찰은 이
재판받는 도중에도 피고인이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경우가 나타나면서 형이 확정되기 전에도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범죄 연관성이 확인된다면 재판과 무관하게 추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경찰·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으나 현행법상 당사자가 사망해 범죄수익을 추가로 몰수할 길이 사라지면서 이같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 검거 이후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 '몰수보전'과 '추징보전'을 신청할 수 있다.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범죄수익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거나 △피의자의 일반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검찰 또한 기소하기 전 피의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법원에 몰수·추징보전을 청구하면 법원이 몰수보전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해당 재산은 확정판결 후 국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