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에 취하다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썼다. 진짜 우리 맥주는 맛이 없는걸까. 주세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수제맥주가 날개를 달면서 이런 '편견'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급성장하는 수제맥주시장을 분석해본다.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썼다. 진짜 우리 맥주는 맛이 없는걸까. 주세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수제맥주가 날개를 달면서 이런 '편견'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급성장하는 수제맥주시장을 분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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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제맥주(크래프트맥주) 면허가 12년 만에 100개를 회복했다. 특히 최근 3년여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이어간다. 이달부터 소규모 주류의 시설기준 완화와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수제맥주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수제맥주협회가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54개였던 수제맥주 면허는 지난해 95개까지 늘었고, 올 들어 3월 말까지 7개가 추가됐다. 2006년 100개로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업체당 2~3개의 면허를 보유한 곳이 있지만 숫자가 적고, 양조시설이 없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은 통계에서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곳 이상의 수제맥주 회사가 설립된 것으로 추산된다.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수제맥주 전도사'로 불리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 효과가 크다. 중소규모 맥주업체의 세율 인하와 음식점 납품 허용 등을
수제맥주 애호가가 증가하면서 각양각색의 수제맥주펍(pub)도 늘고 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수제맥주 골목’부터 익선동 ‘한옥맥주펍’까지 다양한 맛과 콘셉트의 수제맥주펍들 덕분에 ‘펍크롤링’(Pub Crawling·다양한 맥주펍을 다니며 맥주 맛보기)을 즐기는 순례자들까지 생겨났다. 상권의 지형까지 바꿔놓는 수제맥주펍은 최근 전통시장이나 공업단지 등에도 둥지를 틀면서 지역상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제맥주 애호가의 성지 '경리단길'=서울 용산구의 이태원 경리단길은 수제맥주 애호가들의 '성지'다. 골목 초입에 몰려있는 수제맥주펍들로 '맥주골목'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인 다니엘 튜더가 만든 '더부스', 경리단길에서 시작해 제주도까지 확장한 '맥파이', 피자 안주로 유명한 '매드테이블' 등 맥주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색 펍이 가득하다. 최근 기자가 찾은 경리단길에는 가게 앞마다 테이블을 펴놓고 '길맥'(길거리 맥주)을 즐기는 인파들로 가득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식음료 분야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식품회사인 신세계푸드가 세운 데블스도어(DEVIL’s DOOR)가 대표적이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데블스도어는 개점 초기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첫 매장을 낸 지 만 3년 만에 160만잔(370㎖ 기준) 이상을 판매하며 안착했다. 현재 서울 센트럴시티와 스타필드 하남, 부산 센텀, 제주 신화월드 등지에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6종의 수제맥주를 판매중이다. 신세계 푸드 관계자는 "2014년 당시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당사 외식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돼 뛰어들었다"면서 "대형매장 위주로 운영하고 맥주제조 설비가 필요해 매년 한 곳 정도 매장을 늘려가는 정도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데블스도어의 수제맥주를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지에 유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양산맥주 1위 업체인 오비맥주 역시 자회사인 '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정보기술(IT), 바이오 업종 등에 주로 투자하던 벤처캐피탈(VC)들도 수제맥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기 시장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수제맥주와 VC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는 최근 민간 엑셀러레이터 '레이징'과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7월 맺은 10억원 투자계약에 이은 후속투자다. 세븐브로이는 투자금으로 경기도 양평에 1만1000㎡(약 3300평) 규모의 추가 양조장과 병·캔 용기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제2공장을, 내년까지 제3공장을 완공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의 '강서맥주'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행사에서 만찬주로 마시면서 한때 품절사태를 겪기도 했다. 강서맥주 품절 사태는 주로 IT·헬스케어·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해왔던 레이징의 눈길을 끄는 계기가 됐다. 레이징 관계자는 "해외 맥주시장을 보면 주류 시장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의 대형마트·편의점 유통이 가능해졌지만 업계는 아직 풀어야 할 규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무섭게 시장을 점유해가는 수입맥주와의 과세 역차별 논란과 수제 생맥주 배달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수제맥주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업체의 가장 큰 고충은 수입맥주와의 세금 역차별 문제다.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 기준이 달라 국내 업체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대표적인 수입맥주 할인이벤트인 '4캔에 1만원' 행사도 사실상 국내 업계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 주세법과 교육세법은 국내맥주의 경우 '출고원가'를,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한다. 여기에 주세 72%와 교육세 21.6%(주세의 30%)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출고원가와 수입신고가의 결정적 차이는 이윤의 포함 여부다. 국내맥주 과세표준인 출고원가에는 이윤이 포함돼 있지만 수입업체
이달부터 소규모 주류의 시설기준 완화와 세금감면 혜택을 골자로 한 주세법이 시행됨에 따라 수제맥주 창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십중팔구 망한다'는 창업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충분한 시장 검토와 면밀한 투자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창업은 생산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매장(펍)에서 수제맥주를 직접 생산,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양조시설(부르어리)이 필요한 만큼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크다. 매장이나 양조시설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 지역 500㎡(약 150평) 기준 약 10억~2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매장 면적은 최소 100㎡(30평) 이상이다. 업계관계자는 “독일산 고급장비를 쓰면 예상 비용에 '0'이 하나 더 붙는다”며 “개인이 양조시설까지 갖추고 매장을 하기엔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수제맥주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위탁생산,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양
"'제주소주'하면 한라산 소주잖아요. '제주맥주'하면 제주지앵이 생각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맥주페스티벌 GKBF(Grand Korea Beer Festival). 2시간30분의 대기줄을 자랑했던 업체가 있었다. 제주도 토박이 고등학교 동창 강규언·문성혁(29) 대표가 함께 만든 수제맥주 '제주지앵'이다. 맥주에 감귤을 섞어 '감귤맥주'를 선보인 제주지앵은 이날 축제 하루에만 3000잔, 1000리터의 맥주 판매 기록을 세웠다. 강 대표는 감귤맥주를 만든 계기에 대해 묻자 "운명처럼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제주대 생명공학과에서 식품·발효를 전공한 강 대표가 교내 '맥주실험실'에서 우연히 '감귤맥주'를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 문 대표는 강 대표의 감귤맥주 맛에 단박에 꽂혀버렸다. 자신들의 정체성인 '제주' 지역색을 살린 것도 매력이었다. 문 대표는 "무조건 팔아보자"며 사업을 제안했다. 2014년 강 대표의 레
미국에서는 맥주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수제맥주만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미국 소매 데이터 제공업체 IRI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맥주 판매량은 전년보다 0.4% 감소한 340억달러(약 36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맥주 시장은 매년 1% 안팍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제맥주는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6%(40억달러), 판매량도 3.6% 증가했다. 수제맥주 양조장 수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 양조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5301개였던 양조장 수는 지난해 6000개를 돌파했다. 1999년만 해도 1564개였는데 19년만에 3.8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1920년대 금주령이 내리기 전인 1873년 4131개의 양조장을 기록한 후 최고치다. 이러한 흐름은 주류 시장을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0년까지 미국 인구의 3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