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의 정석
새해 들어 은행권에서 시작된 명예퇴직이 일반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예’는 빛바랜 수식어일 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서글픈 퇴장인 경우가 많다. ‘내년 설에도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를 바라보는 한국의 중장년들의 어깨를 부양의 무게가 짓누른다.
새해 들어 은행권에서 시작된 명예퇴직이 일반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예’는 빛바랜 수식어일 뿐,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서글픈 퇴장인 경우가 많다. ‘내년 설에도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를 바라보는 한국의 중장년들의 어깨를 부양의 무게가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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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2015년 12월 16일, 당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2세 사원’을 포함해 입사 6개월 된 사원급 직원까지 희망퇴직 면담을 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인력 조정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박 회장은 "건설기계업이 예상치 못한 불황이라 (세계 1위인) 캐터필러까지 3만명씩 감원했다"고 했지만, 사원·대리급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 두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통상 명예퇴직은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두산의 신입사원 희망퇴직은 큰 상처를 남겼다. 명예퇴직은 연령과 근속연수, 직급, 정년 잔여 기간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장기근속자에게 규정상의 퇴직금 외에 금전적·비금전적 추가보상을 제공해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하면, 회사는 이를 심사·승인해 최종 대상자를 확정한 뒤 퇴직금 및 위로금을 지급하거나 전직과 자립을 지원하게 된다. 개별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50대 김진성 씨는 올해 초 한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장을 찾았다. 다니는 회사가 설 이후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해서다. 2년치 연봉을 명퇴금으로 주는데 기회를 놓치면 자칫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고민 끝에 박람회를 찾았지만 남은 것은 실망감 뿐이다.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는 이미 포화상태여서 신규 출점이 어려웠다. 신도시에 한 두개씩 나오는 점포 자리는 이미 오픈 대기자만 수십명에 달했다. 기존에 ‘회사서 잘리면 편의점, 치킨집이나 차리면 되지’라며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물론 ‘듣보잡’ 브랜드는 경쟁이 덜했지만 자칫 명퇴금만 날리는 게 아닌지 고민스러웠다. 40대·50대의 56.6%가 은퇴 후에도 자녀부양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보험개발원의 ‘은퇴시장 보고서’가 있었다. 정년보다 빨리 명예퇴직을 하는 경우 이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최근 경기가 하강하면서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거 쏟아져 나왔던 수준은
업황이 부진한 주류업계에서 이따금 희망퇴직 소식이 전해지지만 유통, 식품업계 전반을 놓고보면 아직 명예퇴직 제도를 마련하고 실제로 시행한 곳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고 순환이 빠른 조직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시행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고 토로한다. 3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위로금 36개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현재 직원 221명을 94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하이트진로는 앞선 2017년 3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약 최대 30개월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고 300여명이 신청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근속 만 15년 이상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실제 퇴사자는 한자릿 수에 그쳤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지난해 7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그밖에 식품 대기업의 경우 희망퇴직 시행 사례가 드물다. 업계 특성상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금융공공기관의 명예퇴직 개선을 위한 규정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퇴직제도를 활성화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차원에서 진행 됐으나 기재부가 전체 공공기관의 퇴직제도 개선을 검토하면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금융공공기관의 인력구조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며 “청년 일자리 확대뿐 아니라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퇴직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와 계속 협의를 하고 있고 기본적인 생각은 우리(금융위)와 기재부 생각이 같다”고 했다. 금융위는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명예퇴직 제도를 개선해 명예퇴직금을 지금보다 더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예퇴직 제도가 활성화돼 ‘고연차 직원 10명이 나가면 최소 7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위의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청년일자리 창출
"명예퇴직도 안되고 이직도 못하는데 이제부터는 나이 50살은 돼야 팀장이 될까 말까 하겠네요."(금융감독원 직원) 지난 30일 기획재정부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3급 이상 간부 비중을 5년내 35%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입사 10년이 넘은 금감원 4급 선임조사역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간부 비중을 줄이려면 일단 4급 직원의 3급 승진을 가급적 막아야 하는 탓이다. 금감원 정규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958명인데 이 중 3급 이상이 846명이다. 3급 555명 중에서 3분의 1만 팀장이라 3급 전체를 '간부'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지만 대외적으론 3급부터가 관리자급에 해당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금감원 간부 비중은 현재 43%다. 기재부 주문대로 3급 이상 비중을 35%로 낮추려면 5년 안에 151명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일반기업이라면 희망퇴직(명예퇴직)으로 간부를 내보내면 되지만 금감원은 '퇴로'가 막혔다. 명예퇴직금(이하 명퇴금)이
최근 50대 초반의 일반 직장인들의 명예퇴직(명퇴)이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들로 눈길이 쏠린다. 그러나 공무원 역시 조직의 피라미드 구조상 명퇴라는 것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고위공무원으로 올라갈수록 피라미드 구조가 되면서 아래 기수에 상위 보직을 맡기면 관례상 위 기수는 퇴직을 하는 등 상위직급 공무원의 퇴직자 중 절반 가까이가 명퇴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 명예퇴직수당 관련 법령은 국가공무원법 74조 2항에 규정돼 있다. 대상은 일반직 공무원, 검사(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제외), 경찰(치안정감 이하), 소방(소방정감 이하), 교육공무원(교장 외 임용기간 정해진 사람 제외), 군무원, 국정원직원, 외무공무원(14등급 직위 제외) 등이다. 정무직, 별정직, 임기제공무원은 명퇴수당 대상이 아니다. 명퇴수당은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퇴직일 전 1년 이상 기간 중 자진해 퇴직하는 공무원은 명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명퇴수당을 이미 받은 사실이
은행들이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를 도입한 지 길게는 13년이 지났지만 대다수의 은행 직원들은 임피제 진입과 동시에 명예퇴직(이하 명퇴)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피제를 적용받는 직원은 KB국민 316명, 우리 276명, KEB하나 15명, 신한 13명에 그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임피제 진입 직원이 다른 은행에 비해 많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직원도 상대적으로 많다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의 경우 임피제를 적용받는 직원이 거의 없다. 이는 임피제를 선택하면 퇴직전까지 5년간 일하면서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받지만 최근 명퇴조건이 좋아지면서 특별퇴직금과 자녀 학자금, 전직 지원금 등 두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일부 은행의 경우 명퇴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약직 등으로 재입사할 기회도 준다. 시중은행의 임피제 기간 동안 임금지급률은 지난해 기준 240~300% 수준으로 임피제 도입 당시와 큰 변화는 없다. 시중은행 가운데 임
#금융회사에서 30년간 근무한 A씨는 지난해 말 법정퇴직금 6억원과 명예퇴직금 4억원 등 총 10억원을 받았고 명예퇴직했다.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약 9억1000만원이었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세금은 약 9000만원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다.” 이른바 ‘개세주의(皆稅主義)’는 명예퇴직을 하고 받는 퇴직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퇴직금을 일시에 받으면 회사는 퇴직소득세를 원천 징수하고 지급한다. 법정퇴직금과 명예퇴직금엔 퇴직소득세가 부과된다. 퇴직소득은 근로자가 입사한 다음부터 퇴직할 때까지 기간동안 모아진 소득이다. 만약 퇴직소득을 퇴직하는 해의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면 ‘세금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퇴직소득은 원칙적으로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분류해 과세한다. 소득세는 누진세제(6~42%)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면 퇴직금도 많아지는데 여기에 곧장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 불리한 역차별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퇴직소득세 과세 시에는
#명예퇴직을 앞둔 50대 A씨는 최근 인터넷 부동산카페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퇴직금으로 오피스텔이나 상가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어디에 투자할지 ‘고수’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카페에 직접 게시글도 올려봤지만 “지금은 시기가 안좋다”란 부정적 의견이 많고 가끔 오는 개인쪽지도 공실률이 높은 지방의 상가투자 안내문이다. 은퇴자들이 자영업 진출보다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거래 건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동산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환경은 악화했다. 31일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수익형부동산(상가·오피스·오피스텔 등) 거래 건수는 37만1758건으로 집계됐다. 조사를 시작한 2013년(15만9159건) 거래량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나 정점을 찍은 2017년(38만4182건)에 비해선 조금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진 전년 거래량을 웃돌았지만 9·13 부동산대책 효과
"금융공기업 직원의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을 하면 10명이 퇴직할 때 7명의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최종구 금융위원장) 정부가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 퇴직금 규정 개정을 통한 명예퇴직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퇴직금 때문에 금융공기업의 명예퇴직이 유명무실해진 만큼, 이를 현실화해 세대간 일자리 빅딜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노사는 올해 임금피크 대상 직원들의 명예퇴직 제도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금융공기업 등 공공기관들의 퇴직금 규모 확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노사합의문에 "2019년 중 명예퇴직 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노사가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으며, 기업은행도 "임금피크 직원 대상 특별퇴직제도를 신설해달라"는 노조 요구에 사측이 "지속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조직 고령화에
수많은 퇴직자가 거리로 나온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에 있어 '명예퇴직'는 일종의 금기어였다. 정부가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명퇴 활성화를 제시한 건 이례적이었다. 청년 고용 대책의 일환이었다. 정부가 공공기관 고연차 직원의 퇴직을 유도할 만큼 청년 실업을 심각하게 여겼다는 의미다. [단독]338개 공공기관, 명예퇴직 활성화…청년 일자리 늘린다 정부 뜻대로 명퇴 활성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년까지 보장되는 공공기관을 그만 두고 남은 기간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아 가면서 명퇴할 이유가 없다"는 한 공기업 인사의 지적은 명퇴가 정착하기 힘든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공기관 임·직원 명퇴금은 공무원 기준을 준용한다.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을 1년 이상 남은 임·직원이 대상이다. 명퇴금을 산정할 때 기준급여는 연봉의 45%다. 여기에 정년까지 남은 기간의 절반을 곱한 금액을 명퇴금으로 지급 받는다. 가령 정년을 4년 앞
정년이 보장되는 법관에게도 '명예퇴직' 제도는 있다. 국가 공무원인 법관의 정년은 만 65세(대법관의 경우 만70세)다. 법관이 정년보다 앞서 명예퇴직을 신청할 경우, 정년 나이까지 남은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 수당이 산정된다. 다만 모든 법관이 명예퇴직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법원 규칙인 '법관 및 법원 공무원 명예퇴직 수당 등 지급규칙'에 따르면 명예퇴직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법관은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이며 정년 퇴직일로부터 최소한 1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는 사람으로 한정된다. 또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인 법관과 16호봉(최소 연한 29년 근무) 이상인 법관은 제외된다. 이외에도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이 요구된 경우 등 결격 사유가 있을 때는 명예퇴직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정년까지 1년 이상 5년 이내 남은 법관의 퇴직 수당은 '퇴직 당시 월 봉급액의 반액X정년잔여월수'로 책정된다. 5년 초과 10년 이내인 자는 '퇴직 당시 월봉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