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궁의 실체
중국 보따리상 '따이궁'은 연간 20조원을 바라보는 한국 면세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하지만 따이궁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면세시장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수십만명으로 추정되는 따이궁 대해부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짚어본다.
중국 보따리상 '따이궁'은 연간 20조원을 바라보는 한국 면세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하지만 따이궁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면세시장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수십만명으로 추정되는 따이궁 대해부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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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가 충분히 있다면 여기서만 400만~500만원어치 정도는 사갈거예요." 지난달 26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시내 한 대형면세점 앞에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는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궁'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매장으로 들어가 인기 화장품코너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따이궁 A씨는 "인기 색상 재고를 구하려고 일찍왔는 데도 줄을 섰다"며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 동안 롯데, 신세계, 신라면세점 등을 쭉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아침 8시 무렵 한국에 들어와 공항에서 대기하던 '따이궁 등록여행사'의 픽업 차량을 타고 서둘러 면세점으로 왔다. 따이궁을 매장으로 데려오고 구매하게 되면, 면세점 측에서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여행사들은 이에 따라 따이궁들을 대상으로 이동차량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사가 면세점에서 받은 수수료 중 15~18% 정도는 A씨의 몫이다. 인기제품의 경우 따이궁들끼리도 구매 경쟁이 치열하
불과 3년 만에 '따이궁'(代工·중국인 보따리상)은 국내 면세시장에서 최대의 큰 손으로 성장했다. 매출의 70% 이상을 따이궁이 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국내 면세시장이 19조원 규모로 두 배 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따이궁 때문이었다. 따이궁은 수수료 비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고, 짐만 날라주는 전용짐꾼 '따이고우'까지 고용하는 등 빠르게 진화하며 큰 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앱 쓰는 따이궁=여행사에서 받는 수수료는 현재 따이궁의 주요 수익원이다. 2017년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 현지에서 면세품을 판매해 얻는 상품 수익도 상당했지만, 최근 경쟁자들이 크게 늘면서 면세품의 현지 판매가격이 하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받는 구조는 이렇다. 여행사가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송객수수료의 일부를 따이궁에게 떼어주는 방식이다. 수수료율은 상품이나 결제 방식에 따라 다르다. 카드로 결제할 경
지난해 우리 면세점 매출은 사상 최대인 19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된 2017년에 비해 4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국인 단체여행객 즉 유커(遊客)가 종적을 감춘 와중에 이룬 성과다. 올들어서도 1, 2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성장해 연매출 20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조원에도 못미치던 면세시장이 10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 뒤에는 중국 따이궁(代工, 대리구매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리스크요인이 자리한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구매객 중 중국인은 1293만3000명으로 전체의 26.9%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이 기록한 매출액은 13조9201억원으로 전체 면세점 매출의 73.4%를 차지한다. 중국인 매출액은 3년 연속 증가세다. 2015년 5조2395억원이던 중국인 매출은 2016년 7조8063억원
올들어 중국인 입국자수가 큰 폭 늘면서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내린 2017년 초부터 중국 정부는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금지한 '한한령'을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만 15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따이궁들에 더해 유커까지 몰려오면 면세업계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빗장을 열지 않은 중국정부를 쉽게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인 입국자는 45만337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다. 지난 1월에도 중국인 입국자수가 35%대로 늘어나, 중국 단체 관광객 방문이 재개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면세점들에 중국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이 방문한 것도 '유커 귀환'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0월 600여명 규모 한야화장품 인센티브 관광단이 방문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꼴이죠. 이렇게 위로 쌓기만 하다가 언제 무너질지 두렵네요"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중심의 면세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따이궁 덕을 톡톡히 본 면세 업계 내에서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현재 면세시장은 따이궁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처럼 따이궁 마저 제재 강화되면 시장은 왜곡된 구조에 따른 부작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따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건강한 면세 시장을 만들려면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해 여러 국적의 관광객이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따이궁 덕에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따이궁에 들어가는 송객수수료 등 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게 많지 않다"며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