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에 멍든 철강
지방자치단체의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10일' 결정이 철강업계를 뒤흔들었다. 최대 10조원 규모의 손실로 이어질뻔 했던 이번 결정은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사건 발생 과정을 되짚으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점검해 본다.
지방자치단체의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10일' 결정이 철강업계를 뒤흔들었다. 최대 10조원 규모의 손실로 이어질뻔 했던 이번 결정은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사건 발생 과정을 되짚으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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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에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이 확정된 지 한 달이 흘렀다. 9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현대제철의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당장 고로가 멈춰 설 위기는 모면했다. 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본회의를 열어 "제철소 공정 특성상 조업이 중단될 경우 입을 중대한 손해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긴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10일간 내려질 예정이었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조업정지 행정처분은 보류됐다. 하지만, 최대 10조원의 손실이 예상됐던 이번 사안은 오염물질 분석과 업계와의 소통 절차가 생략된 채 진행된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환경단체 고발에서 조업정지까지 1달도 안 걸려 =사건이 출발점은 '영상물 촬영'이었다. 지난 2월 한 시민이 전라남도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에서 배출되는 연기를 촬영했다. 환경단체는 이 영상물을 지방자치단체에 대기환경오염물질 불법 배출 증거라며 건넸다. 환경부는 철강업계가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고 유권
고로(용광로) 가동중단 논란의 핵심 키워드는 '블리더(bleeder, 연기가 새어나오게 하는 안전밸브)'다. 철강제품 제조에는 용광로 방식과 전기로 방식이 있다. 전기로는 많은 양의 고품질 고철과 선철을 계속 투입해야 해 우리 상황에 맞지 않다. 제품 품질도 용광로 방식보다 떨어진다. 용광로는 상부에서 소결광(철광석)과 코크스(유연탄)를 연속적으로 투입하고 하부에서는 고온·고압의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든다. 거대한 고온·고압 용기인 고로는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15~20년간 쇳물을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분진을 포집해 발전연료로 재활용하거나 폐기 처리한다. 고로는 주기적으로 정비를 위해 고온·고압의 바람을 멈추는데(휴풍), 이때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돼 잔여 가스와 반응해 폭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로 상부에 위치한 안전밸브(블리더)를 개방하고 대기보다 높은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증기를 주입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조업정지 위기는 환경단체 고발로 촉발
'내수는 줄고, 수출 장벽은 높아지고…' 설상가상이다. 산업의 쌀 철강산업 앞날이 어둡다. 내수시장이 갈수록 축소되는데 해외에선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입 국가들이 장벽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세계 철강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1.4%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겨우 면하겠지만 사실상 철강 수요 증가가 제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 상 숫자보다 더 참혹한건 수출 현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철강 쿼터제를 실시했는데, 올해 대미 철강 수출은 2015~2017년의 70% 까지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들은 분기마다 수출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 수출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내수는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다. 철강이 쓰이는 건설 경기가 위축된데다 자동차 등 제조업 경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조선사 수요가 그나마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위안거리지만 전체 수요 감소
'조업정지 10일' 사건은 탁상행정에 따른 결과물이지만, 철강업계가 환경과의 공존법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연소공정이 필요한 업의 특성상 철강업은 전체 산업군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제 철강업은 환경과 함께 2인 3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철강업은 어쩔 수 없이 '원죄'가 있다. 환경부가 '굴뚝자동측정기'가 부착된 전국 62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제철제강업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6만3384톤으로 발전업과 시멘트제조업에 이어 3위였다. 사업장별 배출량 기준으로는 충남 현대제철과 전남 포스코, 경북 포스코가 각기 1, 3, 4위에 올랐다. 공정상 대기오염물질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점결탄 등을 가열해 고로 연료로 투입하는 코크스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 비중이 높다. 고로에서 코크스를 때는 과정에서도 나온다. 원료 이송·보관 과정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