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케이블TV
케이블TV 산업의 위기가 단순 침체를 넘어 존폐 기로에 섰다. OTT로 미디어소비행태가 급변한 탓도 있지만 시장 자율성을 제약하는 낡은 규제 여파도 크다. 시장 변화와 제도간 '미스매치'를 살펴본다.
케이블TV 산업의 위기가 단순 침체를 넘어 존폐 기로에 섰다. OTT로 미디어소비행태가 급변한 탓도 있지만 시장 자율성을 제약하는 낡은 규제 여파도 크다. 시장 변화와 제도간 '미스매치'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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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업계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재무제표가 공개된 2006년 이후 최초 사례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확산으로 인한 코드 커팅(가입자 이탈) 속 미래 성장동력 부재로 케이블TV 산업 자체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딜라이브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3638억원, 영업이익은 21배 증가한 39억원이다. 지역방송 제작비를 전년(31억원)의 10분의 1 수준인 3억원으로 축소하는 등 고강도 비용절감으로 단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했다. 전년 대비 4배 수준인 641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해서다. 자본총계가 -741억원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전환했다. 딜라이브 인수시 취득한 영업권(경영권 프리미엄)이 회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실제 현금이 나간 건 아니지만 케이블TV 미래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아직 장부상에 1351억원의 영업권 잔액이 남아있어 향후 실적 개선이 미진할 경우 추가적인 재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케이블TV 가입할 필요 있나? 넷플릭스만 보면 되지. " 지역 기반의 안정적인 고객 확보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케이블TV) 산업이 벼랑 끝에 몰렸다.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확산과 규제 불균형 속 산업 전체가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6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는 꾸준히 감소해 2025년 상반기 기준 1209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딜라이브 등 대형 케이블TV 사업자와 개별 사업자 9곳 등 총 14개사를 더한 수치다. 내달 발표될 통계에서는 120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점쳐진다. 실적도 크게 줄었다. 2024년말 14개사의 방송사업 매출액은 1조6835억원으로 10년 전인 2014년 대비 2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8억원으로 9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0. 9%에 그쳐 적자를 겨우 면했다. 케이블TV는 통신사와의 결합 할인이 가능한 IPTV에도 열세다.
2025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가 3622만6100명으로 2020년 상반기 대비 7% 증가했다. 하지만 사업자별로 보면 IPTV 가입자가 22% 증가했고 케이블TV 가입자는 10% 감소했다. 같은 유료방송시장 내에서도 케이블TV만 유독 곡소리가 나는 배경이다. 수익성 격차는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4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케이블TV 영업이익은 148억원으로, 10년 전(4056억원) 대비 96% 급감했다. 반면 IPTV는 같은 기간 3% 증가한 1조61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동안 생존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한 발 더 나아가 '탈출구 마련'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분위기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사업권 반납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전반의 경영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1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를 기록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 ━통신사도 IPTV 베팅…퇴로 막힌 케이블TV ━현실적으로 뚜렷한 출구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2022년 동해안 산맥에 화마가 번지자 LG헬로비전은 현장 기자를 투입해 나흘간 15회, 약 12시간의 생방송 특보를 진행했다. 2023년 태풍 '카눈'이 상륙한 때에도 재난방송 체제에 돌입해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10차례 특보를 진행했다. 이에 동네 주민이 몰리면서 각각 3%와 5%의 최고 시청률이 기록됐다. 지역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케이블TV가 위기를 맞으면서 지역 소외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블TV는 IPTV(인터넷TV)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달리 초고속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시청이 가능한 매체다. 이에 디지털 기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고 인터넷 가입 없이 방송 서비스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어 고령층·저소득층의 의존도가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보편적 시청권'과도 맞닿아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케이블TV 3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케이블TV는 재난방송, 선거 보도 등 지역민의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줬다"면서 "케이블TV가 자유롭게 경쟁·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 합리화와 제도 개선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